민생과 治國(치국)엔 일찌감치 '아마추어' 딱지가 붙어버린 이명박정부가 이번엔 불교계의 심기를 건드려 안 일어나도 될 분란을 한 가지 더 보태고 있다.
사람이 화를 내거나 싸우려 드는 것은 이념적인 갈등보다는 감성적인 정서나 믿음의 차이에서 더 쉽게 촉발된다. 그 중에서도 종교적 갈등이나 마찰은 작은 불씨만 지펴도 화약불처럼 쉽사리 투쟁과 대립으로 크게 번진다.
內戰(내전)으로 온 국토가 철저히 망가졌던 보스니아 경우만 해도 잘못된 정치지도자가 잠재된 종교적 뇌관을 서툴게 건드린 경우다.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는 말 그대로 전 세계 대표적인 혼합 多宗敎(다종교) 도시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도심 반경 1㎞ 이내마다 가톨릭교회와 보스니아 正敎會(정교회), 이슬람 사원, 유태교회 프로테스탄트 개신교회 등 수십 개의 교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할 정도로 잘 섞여 살았다.
한집안 식구 중에도 아버지는 가톨릭, 어머니는 이슬람, 아이들은 정교회와 개신교 등 제각각의 종교를 갖고 있다. 그런 집안이 전체 가구의 30%가 넘는다. 거실 책꽂이에는 성경과 코란이 나란히 꽂혀 있다.
소시민들은 그렇게 자유로운 신앙의 신념에 따라 평화롭고 자유스럽게 섞여 살고 있다. 물론 공동묘지에는 흰색 비석을 세우는 이슬람과 검은색 비석을 세우는 가톨릭 신자들이 따로 묻혀 멀리서 보면 흑과 백이 선명히 갈려 있는 등진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은 평화와 공존이다. 마치 우리가 성당과 개신교회와 사찰이 어우러져 세워져 있고 석탄일과 크리스마스를 서로 축하해주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평화로운 중세 도시가 왜 건물마다 총탄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고 공장과 문화유적은 잿더미가 된 채 1천 달러 소득의 찌든 거리에 흉물스레 버려진 貧國(빈국)이 됐는가. 정치와 정치가의 우매함이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유고의 밀로셰비치란 우매한 지도자가 세르비아 정교회 우위 정책을 펴면서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등 反(반) 세르비아 정교회 민족비율이 높은 국가의 연방 탈퇴로 이어졌고 정치권력의 편향된 종교와 민족주의에 대한 저항이 내전을 불렀던 것이다.
보스니아 내전의 戰痕(전흔)은 정치 지도자가 자신이 믿는 특정 종교 우위의 정책으로 타 종교집단을 직간접적으로 핍박하고 민족주의에 불을 붙이면 분열과 共滅(공멸)만 가져온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뼈저린 교훈 끝에 그들이 얼마나 종교와 민족문제를 예민하고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가는 대통령 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보스니아 연방국가의 대통령은 3명이 됐다. 이슬람계 1명, 가톨릭계 1명, 세르비아 정교회 쪽 1명 등 3명이 8개월씩 돌아가며 대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한국 불교계 최대 法亂(법란)이라는 10'27법란도 바로 우둔한 지도자가 빚어낸 종교계 '벌집 건드리기' 케이스였다. 당시 군부가 전국 사찰을 수색한 작전 'X-45'는 조계종 불교계 인사 수백 명을 잡아갔으나 17명 입건에 승적 제적 10명 외에는 모두 무혐의 처리되거나 훈방, 민심만 흩트리고 실없이 끝냈다.
그러한 교훈에도 불구하고 MB 정부는 정부 공식 지도에 교회만 넣고 사찰은 빼버리는 쓰잘데기 없는 짓을 저질렀다. 오해와 실수라고 변명했지만 이번 사태 역시 '고'소'영' 논란이 아니라도 MB 본인부터 소망교회 장로가 아닌 한 국가의 대통령임을 잊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게 했다.
대통령이 된 지금은 종교관까지도 크기가 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소망교회 장로 역할에 머물 것인가. 다시 지적하건대 MB는 이제 한 작은 교회의 장로가 아니고 대통령이다. 누가 촛불만 켰다 하면 기절초풍, 하려던 개혁정책마저 황급히 되집어넣어 버리고 총리 장관들은 조아리기 바쁜 허약하고 줏대없는 정부가 한심스러워 하는 말이다.
金 廷 吉 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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