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교섭단체 요건 완화 선진당 제안 수용

야권 "등원 뒷거래" 일제히 반발

한나라당이 국회 원내 교섭단체 구성요건(국회의원 20인 이상)을 완화해달라는 자유선진당(현재 18석)의 제안을 수용키로 해 30년 만에 교섭단체 규정이 바뀔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민주노동당 등은 이를 궤변이자 보수야합, 검은 뒷거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8일 "상임위원회에 의원 1명씩만 보낼 수 있는 정당이라면 국회 운영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며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국회 상임위수 기준에 맞춰 15인 또는 16인으로 낮출 뜻을 내비쳤다. 현재 상임위는 17개이지만 정부조직 통폐합에 맞춰 1, 2개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움직임은 등원협상을 포함한 국회 운영에서 민주당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자 교섭단체 구성을 못하고 있는 보수 성향의 자유선진당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권선택 선진당 원내대표는 "우리나라의 교섭단체 구성 의석 수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소수자 권리 침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자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선진당은 일단 교섭단체부터 구성하고 보자며 창조한국당과 공동교섭단체를 만들려다 대표를 누구로 할지 등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해 무산된데다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을 2000년 당시 자민련(17석)의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요구를 저지한 바 있어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나라당의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저지 때문에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이 자민련에 의원 3명을 꿔주는 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보수 정당이 야당을 압박하려는 뒷거래라는 비판이다. 정세균 대표는 "과거의 경험을 볼 때 위인설관(爲人設官)식으로 어떤 정당을 위해 추진하면 성사가 잘 안됐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의도가 의심된다. 소수 야당을 끌어들이려는 속셈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민노당도 "한나라당의 교섭단체 완화 발언과 선진당의 무조건 등원 결정이 공교롭게도 시기상 기막히게 들어맞았다"며 등원을 전제로 벌인 검은 뒷거래라고 반발했다.

이에 앞서 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지난 5일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국회의원 15인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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