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쌈짓돈 '꽁꽁'…명품은 '펑펑'

갈수록 양극화 되는 대구경북 경제

◆쌈짓돈 '꽁꽁'…현금영수증 발급액 첫 감소

고유가에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 탓에 서민들이 '쌈짓돈' 사용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방국세청은 9일 현금영수증 제도가 도입된 2005년 1월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던 현금 영수증 발급 금액이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성장세를 멈춘 뒤 5, 6월 연속 두 달 동안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지역 현금 영수증 발급 금액은 지난 4월 3천38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억원 소폭 증가에 그친 데 이어 가정의 달로 소비지출이 가장 많은 5월은 3천68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7억원, 6월은 3천260억원으로 8억원이 각각 줄어들었다.

이에 비해 현금 현수증 제도가 도입된 첫해인 2005년 대구경북 지역 내 발급 금액은 1조4천610억원을 시작으로 2006년 2조4천560억원, 2007년에는 3조9천150억원 등으로 해마다 6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해 왔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금영수증 가맹 업소와 연말 공제를 위해 현금 영수증을 발급받는 시민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발급 금액도 따라 늘어났지만 이례적으로 5월부터 금액이 줄고 있다"며 "현금 영수증제도 정착으로 성장세가 멈췄다고 보기는 어렵고 서민들의 현금 지출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올 1/4분기 현금 영수증 발급 금액은 1조95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발급 금액 8천20억원보다 2천900여억원이 증가했으며 사용 금액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5월은 ℓ당 휘발유 가격이 1천800원을 넘어서면서 각종 물가가 뜀박질을 시작한 시기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금 영수증 건당 평균 결제 금액이 3만~4만원 사이로, 대부분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5월에 비해 6월달 하락폭이 더 높아 고유가가 이어지는 이상 현금 영수증 발급 금액도 계속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명품은 '펑펑'…대형승용·수입車 판매 폭증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소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급등한 물가로 서민들의 씀씀이는 줄어들고 있지만 수입차와 백화점, 고급음식점 및 술집 등으로 대표되는 고급 소비는 위축되지 않고 있다.

대구에서 올해 상반기 국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으나 대형승용차(배기량 기준 2천700cc 이상)는 3천649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1% 늘어났다. 올해 대형차 시장은 고유가로 인해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판매량이 늘었다. 수입차 증가율은 78.3%로 더욱 가팔랐다.

백화점 매출도 명품 덕분에 크게 늘었다. 대구지역 백화점 세곳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여름세일의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두 자릿수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 증가율은 명품이 주도하고 있다.

대구백화점의 경우 프라자 매장 2층 해외의류 부문에서만 20%가 넘는 매출 신장률을 나타낸 것을 비롯해 다른 백화점도 사정이 비슷하다.

고가제품으로 인식되는 화장품도 높은 수준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면서 고급 소비는 경기 위축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대구시내 백화점들은 지난 5월에도 명품 매출이 30% 이상 성장하는 등 고급 소비층의 소비는 전혀 위축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했다.

외식·창업시장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대구시내에서 휴업 또는 폐업한 음식점은 2천559곳에 이르고 있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소규모 음식점은 매출부진으로 휴업과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반면 1인당 10만원 정도 드는 몇몇 고급 일식집과 한정식집, 일부 고급 술집은 평일에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김경숙 대구시소상공인지원센터장은 "창업시장에도 소비양극화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서민들이 외식비를 줄이면서 소규모 음식점은 문을 닫는 반면 투자비를 많이 들이고 최고급재료를 사용하는 고급 점포들은 불황을 비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철·모현철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