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증시, 'IMF 악몽' 되살아난다

외국인들 사상 최악 '팔자' 행진

우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앞다퉈 탈출하고 있다.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이었던 1997년에도 외국인들은 8월부터 주식 투매에 나서 당시 김영삼 정부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겠다"는 선언을 한 11월까지 무려 4개월동안 2조원 가까운 주식을 내던진 바 있다.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Sell Korea)를 보면서 투자자들은 '잊을 수 없는' 11년전 악몽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공포가 밀려온다

외국인들의 매물 폭탄속에서 "증시에 대한 자금수급이 붕괴,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아지는 가운데 거대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외국인들은 8일까지 22일째 순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들인 지난달 9일부터 이달 8일까지 22영업일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조2천700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들이 가장 긴 기간동안 주식을 내다판 것은 지난 2005년. 그 해 9월22일부터 모두 24거래일 동안 주식을 순매도했다. 최근의 외국인 투매 경향을 보면 이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사상 최악의 '팔자 행진' 기록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개미 투자자들은 외국인들을 바라보면서 외환위기 직전을 연상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 대구사무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7월 2천214억원의 순매수 우위를 마지막으로 그해 8월부터 4개월 연속 순매도 우위를 나타내면서 신용위험에 빠진 우리나라 주식을 팔았었다. 우리 경제가 최악의 위기 국면에 빠졌던 그 해 10월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무려 9천640억원의 순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환위기가 터지던 그 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사정을 잘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외국인들이 8월부터 주식투매에 나서기 시작한 가운데 당시 코스피지수는 그 해 8월초 760선이었던 코스피지수가 추락을 거듭, 1997년 10월말에는 497선까지 폭락했다.

기업 투명성, 외환보유고 등에서 외환위기 직전과 여러가지 여건은 다르지만 최근의 외국인 주식 투매는 당시와 비슷한 주가 폭락세를 가져오고 있어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연일 연중 최저점 경신

실제로 코스피지수는 8일 장중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우면서 코스피지수 1,500선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말 1,897.13으로 장을 마감했던 코스피지수가 불과 6개월만에 20%가까운 지수 폭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신영증권 김지희 연구원은 외국인의 코스피 지수에 대한 영향력이 최근 다시 확대, 외국인들의 연일 매도 공세가 코스피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초 8.3%에 그쳤던 외국인 증시 영향력이 최근 39.4%대로 크게 뛰어올랐다는 것.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이 우리 주식을 추가 매도할 경우 증시 역시 더욱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신영증권은 최근 외국인 매도의 원인과 관련 ▷포트폴리오 조정 ▷환율 변동성 확대 ▷이머징 시장의 펀더멘털 약화로 인한 안전 자산 선호현상 강화 등으로 분석했다.

신영증권은 "유가나 환율, 글로벌 경기 불안 등으로 인해 외국인들의 매도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대차거래도 요인

외국인들의 대차거래(주식을 빌려다 파는 것)가 크게 늘면서 주가하락이 가속화한다는 분석도 있다. 올 상반기 주식 대차거래액은 59조9천727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30조9천435억원)보다 93.8% 늘었는데 이 중 93.3%(55조9천668억원)를 외국인들이 차지했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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