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휴일 강원도 춘천 동강으로 래프팅을 다녀온 이태현(36)씨. 오랜만에 원없이 물놀이를 즐겼지만 후유증이 만만찮다. 귀가 가려워 몇차례 후볐더니 귓속에서 노란 진물까지 나왔다. 참다 못해 병원을 찾은 이씨에게 내려진 병명은 다름 아닌 '급성외이도염'. 여름철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생기는 귓병이다.
수영장이나 강과 바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지만 '귓병 주의보'가 발령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람의 귀가 물과 많이 접촉하면 그만큼 세균이나 곰팡이가 자라기 쉽고, 이런 상태에서 귓속을 잘못 건드리면 귓병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
사람의 귀는 안으로 들어간 정도에 따라 외이(外耳)'중이(中耳)'내이(內耳)로 구분되는데 여름에는 물과 접촉이 많은 외이에 질병이 잘 생긴다.
외이는 딱딱한 뼈로 이뤄진 안쪽보다 피부가 얇고 예민해 통증을 쉽게 잘 느끼기 때문이다. 여름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귓병 '급성외이도염'은 외이도 피부에 세균이 침범해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처음엔 귀 점막이 붓고 진물이 흐르다 통증이 심해지면 수면장애, 식사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귀지가 심한 사람이 해수욕이나 수영 뒤에 잘 걸리기 때문에 일명 '수영자귀'(swimmer's ear)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이도염에서 외이도란 귀를 구성하는 부분 중 귀바퀴(이개)에서 고막까지를 의미하며 길이는 약 2.5~3㎝ 정도다. 외이도 염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귓구멍 깊은 곳에 끈적한 분비물이 고이고 염증이 더욱 악화된다. 일반적으로 외이도는 세균 저항력이 있지만, 불결한 귀이개나 성냥으로 귀를 후벼 파면 외이도가 손상을 입기 쉽고, 결국 외이도염으로 발전한다. 심한 경우 피가 나기도 하고, 청력장애까지 나타날 수 있다.
여름철에 나타나는 또 다른 귓병으로는 비행기가 이'착륙하거나 고도를 바꿀 때 귀가 멍멍하고 잘 안 들리는 '항공중이염'이 있다. 드물지만 강한 햇빛 때문에 겉귀에 화상을 입기도 하는데 찬물 찜질이나 간단한 병원 치료를 통해 빨리 대처하는 게 좋다. '만성중이염' 환자 또한 여름철 귀 건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성중이염이란 고막이 뚫려 있고 귀에서 분비물이 나와 청력이 떨어지는 질환으로, 무턱대고 물놀이를 즐겼다간 귀에서 고름이 나올 수도 있다.
이 같은 여름철 귓병을 예방하려면 귀를 함부로 후비는 행동부터 자제해야 한다. 귀지는 세균에 대한 방어막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물놀이나 샤워 후 귓속을 후벼 귀지를 없애기보다는 고개를 기울여 물을 빼거나 따뜻한 자갈을 귀에 대 말리는 게 좋다.
드라이어기나 선풍기를 이용해 물기를 건조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코를 풀 때는 입을 벌리고 한쪽씩 풀어줘야 물놀이 후 귓병을 예방할 수 있다. 물놀이 후 귓병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만 하면 쉽게 완치된다.
하지만 방치할 경우 평생을 괴롭히는 만성질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물놀이 2~3일 후 귀에 이상이 느껴지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귀에 벌레 같은 이물질이 들어간 경우에는 알코올이나 올리브오일 같은 것으로 벌레를 질식사시킨 후 제거하는 것이 좋다. 벌레가 귀 안쪽으로 깊이 들어갔을 땐 무리하지 말고 곧바로 이비인후과에 가야 한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영호 교수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