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기행] 대구 수성구 만촌동 '다천산방'

외진 주택가에서 찾은 명품 찻집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교수촌'으로 불렸던 대구 수성구 만촌2동에 자리한 '다천산방'(053-743-3533). 차 꽤나 마시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차 마니아들 사이에선 잘 알려져 있는 정통 찻집이다.

1994년 경남 창녕 화왕산 아래서'다천산방'이란 이름으로 찻집을 오픈한 이래 2002년 9월 이곳에 문을 연 것은 그만큼 차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외진 주택가에 찻집을 연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주인 김정옥(51)씨는 이곳을 명품 찻집으로 만든 것이다.

벌써 6년째이니 단골만도 수두룩하다. "차는 진심입니다. 집에서 만들어내는 차라고 생각하시면 맞는 표현일 겁니다." 김씨가 말하는 다천산방의 성공비결이다.

대지 100여평에 건평 41평으로 당시엔 과감한 노출콘크리트로 집을 지었다. 요즘엔 이같은 분위기가 카페 집성지인 서울 청담동은 물론이고 대구 동성로 등 도심에서도 '빈티지'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젊은층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집 자체가 높은 곳에 위치, 20개의 나무 계단을 밟고 올라간 뜰에서는 내집 정원을 보는 듯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물이 가득 담겨져 물풀이 자라는 호박돌과 돌조각품 등이 여러 개 있고, 그 집 터의 역사를 말해주는 고령의 가죽나무가 버티고 서 있다. 입구에서 보면 ㄱ자 건물의 처마를 따라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선 실내는 작품 전시장이나 다름 없다. 이름있는 화가들의 그림과 서예작품 10여점이 걸려있고, 구석구석에 고가구 등으로 편암함을 더해준다. 쇠로 만든 솟대는 이색적이라 대부분 손님들이 만져보기도 한다. 바닥과 천정은 노출콘크리트로 잘익은 와인처럼 편안함을 제공한다.

테이블 10여개, 의자 50여개를 둔 홀에다 맨 안쪽에는 방석을 깔고 앉아 차를 마시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원목사각 테이블을 앞에 두고 팔걸이 의자에 앉자마자 종업원이 내놓는 메뉴판은 창호지 위에 붓으로 써 눈길을 끈다. 전통차'보이차'오룡차'철관음'홍차'말차와 대추'오미자'청매'생솔잎'한방약차 등이 주메뉴다. 한잔 값은 5~6천원. 가을부터 봄까진 말차단판죽, 여름엔 말차팥빙수를 계절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차 손님에게 에피타이저로 내놓는 백설기와 건대추는 차 맛을 더한다.

친구와 함께 대추차와 솔잎차를 시켰더니 흙으로 구운 진한 커피색 잔, 아니 질그릇이라고 해야 맞을 듯한 컵에 담아 나왔다. 솔잎차는 상큼하고 맛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친구도 "어느 곳의 대추차 보다도 진하면서도 그리 달지않아 감칠맛이 난다"고 평가했다. "차에 대해서는 가감없이 진실만 말하고, 또 제품을 선뵐 수 있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가졌다"는 주인 김정옥씨의 말을 실감하게 됐다.

도심에서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는 공간, 자연스런 인테리어로 자주 찾아도 실증을 느끼지 않는 편안한 공간, 다천산방은 전통 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대용차의 경우 일반 가정집에서 내놓는 것 보다 더 정성이 담겨져 그 풍미가 넘쳐난다고 자부한다. 주인 김씨는 중국차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을 정도로 차쪽에선 지식과 실무를 완전무장한 사람이다.

이 때문인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젊은이들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까지 직업도 천차만별이고 직업군도 학생'주부에서 직장인, 대학교수, 그리고 가족단위까지 다양해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없는 곳이다.

카페는 화가나 문인들에게 창조적 능력과 모티브를 제공해 주는 곳이요, 연인이나 가족 등 이야기를 나누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순간을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함께 해준 친구는 화가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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