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동산의료원 안과 진료실. 요란한 소리를 내는 별모양 막대부터 강아지, 오리인형까지 별별 장난감이 다 있다. 어린이 환자에게 장난감을 들어 보이며 미소짓는 이세엽 교수의 모습이 옆집 아저씨처럼 편안하다. 이 교수는 "생후~만10세 어린이가 전체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까닭에 어린이와 교감을 나누는 장난감이 필요하다"며 "처음 진료실에 들어 오면 눈도 잘 맞추지 않는 어린이가 많지만 장난감에 금방 넘어가곤 한다"고 웃었다.
장난감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이 교수는 어린이 사시 전문의다. 대구의 몇 안 되는 '전국구' 의사로, 진료 예약이 두달이나 밀려 있고, 서울'대전은 물론 전라도에서도 예약 신청이 줄을 잇는 사시 수술의 대가다. 이 교수에게 이처럼 환자가 몰리는 까닭은 한국형 사시 수술법을 객관화 하는데 성공한 때문. 어린이 사시 수술은 재발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형 수술법을 통해 재발률은 낮추고 성공률은 더 높였다.
흔히 '사팔뜨기'라 부르는 사시는 두 눈이 한군데를 똑바로 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눈동자가 코 쪽으로 몰리면 내사시, 귀 쪽으로 몰리면 외사시, 이마 쪽으로 올라가면 상사시, 턱 쪽으로 내려가면 하사시라고 하고, 증상이 항상 나타나는 현성사시(또는 사시)와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간헐사시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선 평소에는 이상이 없지만 피곤하거나 멍할 때, 햇빛을 볼 경우 눈이 바깥쪽으로 몰리는 간헐외사시가 가장 많고, 간헐외사시 가운데서도 원'근거리에 관계없이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기본형이 제일 흔하다.
이세엽 교수는 이같은 기본형 간헐외사시 환자들을 대상으로 '증량공식'이라 불리는 한국형 사시 수술법을 탄생시켰다. 1995년 6월부터 2003년 7월까지 동산의료원 안과에서 수술받은 4세 이상 환자 107명(평균나이 7.7세)을 21개월 이상 관찰한 결과, 증량공식으로 수술한 환자(66명)의 수술 성공률(68.2%)이 기존 수술법(41명)의 성공률(43.9%)보다 24.3%포인트이나 높고, 재발률도 23% 이상 줄어든 것.
어떻게 이런 놀라운 결과가 나온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증량공식이 한국 어린이 눈에 맞는 사시 수술법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전래된 기존 사시 수술법은 팍스(Parks)의 '표준공식'을 따른다. 미국 안과의사 팍스가 사시 각도에 따라 근육 이동거리를 표준화하면서 공식처럼 굳어진 것이지만 그의 공식을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어렵다.
한국인과 미국인의 해부학적 신체 구조가 다르기 때문으로, 미국인은 내사시 환자가 많은데 비해 한국인은 외사시 환자가 많은 이유 또한 신체 구조가 다른데 연유한다.
이 교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그동안 국내 안과 의사들은 표준 공식에서 벗어나 근육 이동거리를 유동적으로 조절해 왔다"며 "증량공식은 이같은 수술 방법을 보다 객관화한 것"이라고 했다.
사시 각도에 따라 표준공식보다 1.5~2.5mm의 근육 이동거리를 더 늘린 이 교수의 증량공식은 소아 사시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로 인정받고 있는 미국 사시소아안과학회지 2007년 6월호에 실렸다.
이 교수의 이같은 증량공식은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수 많은 경험의 산물이다. 1995년부터 계명대 동산의료원 안과에서 소아 사시 진료를 시작했고, 2001년 미국 UCLA 연수를 통해 사시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젠바움의 수술에 직접 참여하면서 실력을 쌓은 것.
2006년부터 한국 사시소아안과학회 정보통신 이사를 맡고 있는 그는 "한국 소아 사시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게 앞으로의 소망"이라고 했다.
▩프로필
△1985년 계명대 의대 졸업 △85~89년 계명대 동산의료원 수료 △92~94년 운경재단 곽병원 안과 과장 △94년~현재 계명대 동산의료원 안과 교수 △94년 서울대 소아안과 연수 △98년 영남대 의대 의학박사 △2001~2002년 미국 UCLA 펠로우십 △2004년 최신사시학 저술 △2006년~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정보통신 이사 △2008년~ 계명대 동산의료원 의료질관리실장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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