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숙(41·대구 수성구 만촌동)씨네는 회사원인 남편이 월평균 300만원을 버는 평범한 서민가정으로 중3 아들과 초등 6년생 딸을 두고 있다. 김씨는 남편의 월급에서 가장 먼저 아파트구입 대출비용 86만원을 떼어놔야 한다. 여기에 아이들 학원비용 40만원과 관리비 14만원, 보험료 20만원 등 목돈이 빠져나가면 김씨가 한 달 간 꾸려가야 할 가계비용은 140만원 정도. 대신 남편의 월급은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장바구니는 갈수록 가벼워지죠."하루 4만5천원 남짓으로 한창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잘 먹이며 남편의 용돈을 대고 가계를 꾸려가야 하는 주부의 입장에서 느는 것은 한숨뿐이다.
#권숙경(34·대구 북구 침산동)씨는 요즘 할인점에 가면 카트에 생필품을 담는데 서너 번은 머뭇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고물가는 할인점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100g단위의 식품들이 평균 20~30% 이상 올라 빠듯한 가계형편으로 함부로 물건을 구입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씨는 뭐니뭐니 해도 절약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생각에서 돈을 쓰는 순간마다 고뇌를 하게 된다는 것.'이건 안 사도 되지 않을까','이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이걸 사고 나면 한달 가계비용이 펑크 나진 않을까','올 초 구입한 가전제품의 할부금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등 몇 번이나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까지는 할인점에 가면 평균 8만원 정도의 물품을 구매하던 것이 최근엔 3만원도 채 넘기기 않게 됐다. 고유가시대는 민생현장에서도 물가고(苦)와 소비위축을 가져왔다.
#이마트 전국 114개 점포 1억100만명의 구매객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2천335품목의 최소단위 상품군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매년 정체나 소폭 감소세를 보였던 쌀과 라면 등의 매출이 크게 늘어났으며 이와 관련해'집에서 밥을 먹기 위한 식품'의 매출도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초 식료품의 매출 증가세는 5월의 13.5%에 이어 6월엔 14.5%의 신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식품매출이 커지고 있는 것은 가계에서 느끼는 물가인상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식품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불필요한 의류의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백화점 속설 중에 불경기가 되면 남성정장의 판매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백화점의 경우 상반기 남성 정장판매를 지난해와 비교한 결과, 약 12%의 매출감소가 있었다. 경기가 불안하면 가장 먼저 남성의류의 구매를 꺼린다는 설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더불어 여성정장도 지난해와 비교할 때 약 95% 매출이 감소했다.
또 여름 대표과일들의 매출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수박이 8%, 자두가 10%, 참외가 12%, 체리가 13%의 매출감소가 나타난 것으로 집계됐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자동차 세일즈 17년차 박용택 차장
자동차 세일즈맨 경력 17년차의 박용택(45·현대자동차 동인판매점) 차장은 고유가시대를 맞은 요즘 매일 아침의 주요 일과 중 하나가 그날그날 활동할 지역의 동선을 짜는 일이다. 애마인 소나타 디젤이 월평균 먹어대는 기름값 40여만원이 적잖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5만원어치를 넣으면 사나흘정도면 눈금이 바닥을 때립니다." 이전엔 전국을 무대로 안가본데가 없는 박 차장은 리터당 2천원을 육박하는 기름값에 나름의 지혜를 짰다. 매일 꼭 들러야 할 곳의 동선을 잡아 한꺼번에 영업활동을 해버리는 것. 유류비를 최대한 절약해보려는 고육지책이다.
"대구의 경제가 오랫동안 불황에 허덕이면서 영업활동을 강화해 보지만 치솟는 기름값 부담이 큽니다."하루 평균 120여km를 차로 움직여야 하는 박 차장에게 5만원어치를 넣으면 고작 사흘이면 어느 새 계기판에 빨간불이 반짝거린다.
"확실히 동선을 계획적으로 움직일수록 유류비가 절약이 됩니다. 지난달(6월) 총 유류비가 27만원이었으니까 이전보다는 많이 절약한 셈이죠."그는 웬만하면 전화로 고객과 접촉하며 서울이나 강원도 등 먼 타지의 고객도 확실한 구매의사가 없으면 잘 가지 않는다. 이전엔 무작정 현지에 가서 고객을 설득했지만 지금은 계약이 확실할 때만 차로 움직인다. 고유가 시대에 고객확보와 치솟는 기름값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영업 맨 박 차장. 그가 요즘 애마의 시동을 걸 때면 목적지의 지도가 먼저 펼쳐진다. 우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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