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유가시대 살아남기]대중교통이용하기 ①

기름값 자꾸만 오르는데 굳이 차 끌고 다닐 필요 있나요?

"국제 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지난 7일에도 북해산 브렌트유가 8월 인도분 기준 배럴당 160달러를 기록했고 서부 텍사스유는 배럴당 155달러로 지난달에 비해 1.57달러가 오른 값에 거래되고 있습니다….고유가의 영향으로 국내의 각종 경제지표도 하향곡선을 그리며…. 소비자 물가 또한 상반기에 비해 3.5%포인트가 오른 것으로 집계 됐습니다."

매일 자가 차량으로 출근하는 영업사원 김 대리는 방송뉴스를 들을 때마다 치솟는 유가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리터당 2천원을 육박하는 휘발유값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하루평균 100여km를 운행하는 김 대리는 월 평균 유류비가 60만원을 넘고 있다. 그는 이같은 고유가시대를 맞아 출퇴근 때와 가까운 거래처를 찾을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버스·지하철 승객이 늘었어요

올 초부터 지하철을 이용한 교사 최모(43)씨. 상인동 집에서 지하철 2호선 용산역까지 차를 몰고 와 공용주차장에 세워둔 후 지하철을 이용, 시지의 학교까지 간다. 출퇴근만 해도 한달 평균 35만원이 넘는 유류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지하철을 이용하게 됐다. 늘 같은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는 최씨는"올 초만 해도 좌석여유가 있었는데 이제는 서 있어도 승객끼리 어깨가 부닥칠 정도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었다"고 전하면서"자가용과 지하철을 연계한 교통비는 한달에 약 20만원이 넘지 않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대구지하철공사에 따르면 전년도 대비 올 6월의 일일 승객 수는 29만3천명에서 30만8천명으로 평균 7%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하철 2호선 만촌역 박윤학 역장은"올 4월부터 만촌역을 이용하는 승객의 수가 부쩍 늘기 시작해 요즘은 하루 600여명이 늘었다"며면서"특히 역세권에 들어설 예정인 아크로타워, 월드메르디앙의 입주가 본격화하면 승객 수는 더욱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유가시대를 맞아 버스 승객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동기 대비 올 6월 기준 대구시민들의 버스이용객 수는 일일 평균 4만1천명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대중교통과 이완섭 담당은"고유가로 인한 교통수단의 변경과 버스환승제의 정착 및 시민들의 에너지 절약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만땅(가득)'이란 말 들어본지 오랩니다

정품과 정량을 신용으로 삼아 오가는 단골차량이 많고 목도 좋은 곳에 자리한 대봉동의 ㅈ주유소. 24시간 영업하는 이곳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루 주유차량이 500대를 넘었다. 하지만 올 들어 리터당 1천800원을 돌파하면서 차츰 줄기 시작한 주유차량이 지난달엔 일일평균 400대를 넘기지 못했다.

하필태 소장은"고급 대형차종은 그렇게 2천원을 육박하는 기름값에 좌우되진 않지만 소·중형 차종은 대부분 기름을 가득 채우는 경우는 드물고 운전자가 3만원, 5만원 또는 7만원 등 정액량의 주유주문을 하는 것이 보편화하고 있다"며 "이런 형편에서 리터당 2천원을 돌파하면 더 이상 주유소에서'가득 채워주세요'라며 호기(?)를 부릴 사람은 몇이나 될까"하며 의문을 표시했다.

#백화점 및 아파트단지의 주차장 새 풍속도

고유가시대엔 자가용을 운행한다는 것 자체가 가계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지역 각 백화점에 차량을 이용한 쇼핑도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올 들어 주중 낮 시간대 주차장 이용 차량대수가 약 10%가 감소했다. 바겐세일이나 사은행사기간을 제외하면 지하철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고객이 상대적으로 늘고 있으며 특히 주말 영화관을 찾는 젊은 고객들 역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충환 홍보팀장은"올 봄까지만 해도 주말엔 주차난을 겪었으나 6월 들면서는 주차장 여유 공간이 점차 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백화점은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 본격적인 고유가시대에 접어든 올 4월부터 고객의 차량대수가 줄기 시작했으며 6월 현재까지 월평균 이용차량대수는 4~6%로 줄어들었다.

동아백화점 역시 고객 수는 오히려 소폭 증가했지만 주차대수는 지난해 동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차량을 이용한 쇼핑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아파트단지 주차장 또한 오전 출근시간임에도 많은 차량이 그냥 세워져 있다. 이전 같으면 오전 9시를 지나면 지상 주차장이 텅 비어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올 들어서 한 대, 두 대씩 늘기 시작한 종일주차 차량이 이제는 한 집 건너 한 대 꼴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ㅎ아파트 경비원은"올 봄부터 가족나들이나 특별한 날이 아니면 그냥 차량을 세워두고 단지 앞 시내버스를 타고 출퇴근 하는 주민들이 무척 늘어났다"고 말했다.

#차량구매에서도 연비가 최우선

고유가의 파도는 신차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의 차량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동안 중대형차가 국산자동차시장의 주요 거래차종이었다면 올 들어서는 소형차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GM대우의 마티즈와 기아의 뉴 모닝 같은 소형차종은 3,4개월이 지나야 차량이 인도될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또한 차량구매의 최우선 선호도는 안전성보다는 연비가 크게 좌우되며, 법인체들의 업무용 차량도 LPG나 렌트카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우문기기자 pody@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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