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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가 정치다/조흡 지음/인물과사상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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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움직이는 영화권력 엿보기

영화가 정치다?

하긴 인간사 정치 아닌 것이 있을까. 세상은 흰 돌과 검은 돌만 있는 바둑판이 아니다. 검지만 희끄무레한, 희지만 거무칙칙한 것도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검으면 검고, 희면 흰, 이분법적인 잣대로 문화와 사회를 보아온 것이 사실이다.

영화를 '억압'과 '해방'의 산물이라고 얘기하면 너무 이데올로기적인가. 그러나 영화는 생각보다 복잡다단하다.

재미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오락이지만, 그 재미가 사회적 관계를 다루는 과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사회적이고, 또 특정한 의미를 가진 영화가 선호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이다.

영화는 사회를 투명하게 투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여러 가지 정제 과정을 거친다. 시나리오에서부터 감독의 시선,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거쳐 관객의 스크린에 비쳐진다. 그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게 제시될 수 있다. 따라서 누구의 이야기가 어떻게 영화로 재현되느냐는 문제는 권력관계와 직결된 문제로서 영화가 이데올로기적일 수밖에 없는 측면을 나타내는 것이다.

지은이는 대중을 움직이는 것이 권력이고, 영화는 문화권력의 일인자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과 같은 영화를 통해 관객은 흰 돌과 검은 돌뿐이던 남북 이데올로기를 희석시키는 멜로드라마를 보게 되고, 주적(主敵) 개념의 '공식역사'에 반헤게모니적 의미를 생산하고 유통시킴으로써 새로운 인식체계 형성에 일조했다고 말하고 있다.

예의 없는 한국 사회의 무질서를 조폭영화를 통해 조롱하고, '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코믹멜로들이 남성상위의 이데올로기를 무너뜨리는 첨병역할을 하는 것이 영화라는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영화를 자본과 경제적 산물로 바라보는 정치경제학적 관점과 영화를 오로지 이데올로기의 산물로만 판단하는 문화주의 분석방법에서 탈피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에 관객의 변수를 더해 중층적으로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지난해 여름 가장 주목받은 것이 영화 '디 워'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다.

영화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구성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는 미학적 비판과 한국 영화의 판타지 영역을 넓혔다는 공방이 여름 내내 이어졌다. 지은이는 이 논쟁을 고급문화의 대표주자인 문학과 영화를 구별 짓는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책은 영화를 바라보는 깊은 시선뿐 아니라 영화산업의 판세와 영화 안팎의 문제까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영화의 정치성뿐 아니라 역사성, 영화교육과 문화, 산업으로서 영화 등에 대해 상당한 안목을 보여준다. 지은이는 미국 위스콘신-메디슨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연구를 전공하고 현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320쪽, 1만3천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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