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소도'는 10편의 단편과 1편의 중편을 묶은 것이다. 표제작 '소도'는 제목에서부터 토속과 전통의 향기를 풍긴다. 소도란 삼한 때 하늘에 제사 지내던 성지를 뜻하거나 해마다 오월 수릿날 시월상달에 질병과 재앙이 없기를 빌었던 풍습이다. 소설의 배경 역시 시골이고 전통이다. 그러나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현대적 삶이다. 이 소설은 두 가지 플롯을 갖고 있다. 문장대 산골마을 소도에 참관했다가 뜻밖에 뒤풀이 보쌈을 당해 과부의 방에 든 이야기와 화자의 성기능 장애가 원인이 된 아내의 외도, 의처증, 이혼강요, 아내의 정신요양원 입원이 별개의 이야기처럼, 하나의 이야기처럼 전개된다.
단편 '불임우'는 새끼를 낳지 못하는 암소를 소재로 농촌의 암울한 현실을 그리고 있다. "이 소 불임소야, 이 소뿐인 줄 아냐? 너 논도 밭도 다 불임이라고, 대체 심을 게 없잖아, 이젠 아무 쓸모가 없다고…. 농촌은 벌써 끝났어, 불임소야, 불임소…."
단편 '강아지야, 안녕'은 미신 때문에 생긴 고부간의 갈등에 관한 이야기다. 할머니는 봄철 나비 중에 노랑나비가 먼저 나타나면 좋은 징조고, 흰나비가 먼저 나타나면 동네에 누군가가 죽는다고 믿고 있다. 생활 속에 남아 있는 오랜 인습과 관념이 야기하는 갈등과 마찰을 강아지와 나비,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통해 그리고 있다. 노령화, 난개발, 축산농가 붕괴 등은 작가의 비판적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287쪽, 1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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