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시인 박기섭이 사투리와 입말을 살린 연작사설시조집 '엮음 수심가'를 출간했다.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나누는 말을 구어체 시조로 옮긴 것이다. 박 시인은 "날것 그대로 말투를 살려냄으로써 한 사람의 삶을 녹여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람의 말이 곧 그 사람이요, 그의 삶이라는 말이었다.
이번 시조집에 실린 시조들은 제목 아래 작가의 이름 대신 그 시의 주인공이 된 인물의 실명 혹은 대표성을 띤 이름이 나이와 함께 실려 있다. 김시오 정분남 이복녀 주막할멈 목수 숯장이 엿장수 무당 옹기장이 농사꾼 막노동꾼 중국거주 할머니가 그들이다.
시조집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쉰을 넘긴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 말투와 이름은 그가 살아온 세월을 담고 있기 마련이다. 타향을 떠돌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뱃사공 이타관씨는 어느 지방 말씨도 아닌 말씨를 갖고 있고, 그것이야말로 타향을 떠돌며 살아온 그의 인생이다. 박 시인이 특정지역 사투리가 아니라 한 사람의 고유 말씨를 그대로 쓰고, 그 아래 이름을 붙인 것은 그 독특한 말투에 그의 삶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10년 전부터 연작사설시조집을 준비했다는 박 시인은 6년 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생생한 입말을 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청도의 우리 동네에는 한 달에 한번 동네사람들 모임이 있다. '청년회'라고 부르는데 평균 나이가 족히 50대 후반은 될 테니 '청년회'라고 하기에는 좀 어색하지만 청년시절 그런 이름을 붙였고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 청년회 모임에서 화투도 치고 막걸리도 마시고 푸념도 한다. 이번 시조집에 실린 많은 시는 그 속에서 나왔다."
박 시인의 이번 사설시조집에는 64편의 시가 실려 있다. 각자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63명의 사람과 선암사 물푸레나무 한 그루가 주인공이다. 선암사 스님들은 물푸레나무를 태워서 잿빛염색을 하니 물푸레나무 역시 한 삶 제대로 살다가 가는 셈이다.
박기섭 시인은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한추여정(閑秋餘情)'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으며, 1984년부터 10여년 오류(五流)동인으로 활동하며 10권의 사화집과 1권의 선집을 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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