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아이들은 단맛이 탐나 멀쩡한 고무신을 찢어다 엿장수에게 바치곤 했다. 아주머니들은 싸구려 '백뿌라'(100% 나일론 직물)에 미혹돼 전래 옷감을 벗어 던졌다. 신식 물건이라는 말에 홀려 전통 놋그릇을 저질 냄비와 바꾸던 것도 그 시절이었다. 1980년대 팔공산 남쪽 마을들에서는 업자들이 공짜로 말끔한 시멘트 벽돌 담장을 쌓아주겠노라 꾀어 귀한 화강암 석재들을 빼내 가면서 전통 돌담이 사라지는 폐해가 빚어졌었다.
지금 울진에서 벌어지는 일이 그와 비슷해 보인다. 태양광 발전단지를 세우려고 수십 수백 년 된 금강송 군락을 없앤다는 것이다. 친환경적이라고 해서 귀하게 대접받는 태양광발전이 오히려 더 귀한 자연을 망치는 일이다. 발전단지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단시간에 지을 수 있는 것이지만 금강송 군락은 수십 년 수백 년을 기다려야 기대할 수 있는 비교할 수 없는 자산이다. 게다가 아예 발전보다는 금강송에 흑심을 품은 업자도 있다고 한다. 한 그루에 1천만 원대까지 호가하니 1천 그루를 내다 팔 경우 그 수입만도 수십억 원대에 달한다는 얘기다.
강원도 등 여러 오지까지 업자들이 찾아드는 건 부지 넓이만큼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태양광발전의 특징에 따라 값싼 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북에 급작스레 300여 건의 건설 신청이 폭주한 연유도 바로 그것이다. 상주에만 무려 42개의 발전단지 건설이 추진되고 울진 또한 10개 이상의 허가신청이 접수됐다고 한다.
태양광발전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긴 하나, 행정 당국이 현명한 안목을 확립하지 못했다간 까딱 심각한 자연훼손을 초래할 수 있음을 말하는 대목이다. 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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