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반복되는 것이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독도에 대한 대책을 쏟아낸다. 그리고 시민들은 머리에 띠를 두르고 일본 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일장기를 불태우며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것을 반복한다. 금년에는 촛불을 들고 나서는 새로운 모습이 전개되고 있어, 약간 바뀌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어김없이 신문은 독도 특집을 싣고, 텔레비전은 전문가들이 나와서 고매한 말씀으로 일본을 질타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이쯤 되면 독도 문제는 저절로 해결이 되고도 남을 법하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가면 언제 독도 문제가 시끄러웠느냐는 듯이 새카맣게 잊어버린다. 말하자면 냄비 근성이 유감없이 그대로 발휘되는 것이다. 그러니 일본 측에서는 시간이 가면 저절로 조용해진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아무리 한국이 떠든다고 하더라도 일본은 자기들이 정해놓은 로드 맵에 따라 독도 문제를 끌고 가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2005년도에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였을 때는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때는 독도 문제를 연구하겠다고 하는 연구소들도 많이 생겨났다. 그런데 시마네현의 다케시마 문제 연구회에서 최종보고서를 내어놓았는데도, 그 많은 연구소에서 그것을 비판한 논문 한 편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것도 작년 3월에 제출되었으니, 1년이 지났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만은 달라지기를 바란다. 일회성이 아니라, 연속적이어야 한다. 땜질식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조직적이어야 한다. 다케시마 문제 연구회에서 연구한 것을 근거로 하여 외무성에서 '다케시마-다케시마 문제의 이해를 위한 10가지 포인트'란 것을 만들고, 문부과학성에는 중학교 공민 교과서에 그것을 넣겠다고 하는 일본과 같이 북치고 장구 치는, 앞뒤가 맞는 연구가 되고 대응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하니, 정말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번만은 일본이 예상하지 못한, 끈질긴 대응이 가능할 것도 같아 기대를 해본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대안이 제시되다 보니, 의아한 것도 한둘이 아니다. 무슨 생태 주권이란 것을 들고 나와 독도 개발을 운위하고 있어, 이것이 일본과 독도의 영유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연구자들도 이제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감정적인 연구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주장이 가지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들과 만나서 토론을 할 경우 그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는 무엇일까 하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의 논객들이 무슨 자료를 이용하고 있으며, 그 자료들을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 또 그들이 왜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지도 좀 따져보기 바란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그래서 이번만은 그럴 듯한 말로 끝내는 말 잔치가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실현성 없는 대책을 쏟아내지도 말고, 재탕 삼탕을 하면서 연구랍시고 떠들지도 말았으면 한다. 일본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부터 재검토하자. 그리하여 그 문제점부터 차근차근 따져 나갔으면 한다. 이와 함께 일본이 세 번이나 울릉도를 차지하려고 했을 때에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대응했는가도 검토해보고, 안용복이 왜 나서지 않으면 안 되었던가 하는 저간의 사정도 살펴보기 바란다.
그리고 정부도 우리 땅이니 영토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단순 논리로 대응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 사이에 일본이 해놓은 로비는 어떤 것이 있으며, 왜 지금과 같은 처지가 되었는가 하는 것부터 냉정하게 성찰하고 대응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이제 국내에서만 머물지 말고 대외적인 홍보도 적극 나서야 한다. 호주머니 속에 넣어 둘 것이 아니라, 온 세계에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알리자는 것이다. 섬나라이면서도 북쪽으로는 러시아, 동쪽으로는 한국, 남쪽으로는 중국과 영토분쟁을 끊임없이 벌이고 있다는 것도 홍보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을 지적해둔다.
김화경 영남대 독도연구소장(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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