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 대해 아이들이 아는 것이라곤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말이 전부입니다."
일본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독도 계기수업'을 한 이대희 대건고 교사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개탄했다. 학생들은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해 감정적으로 분개할 뿐 아무런 지식이 없다고 했다. 이 교사는 "독도를 주제로 수업을 하려 했지만 교과서에는 달랑 한쪽 분량이 전부"라며 "결국 당시의 정세 변화에 따른 영토 경계의 변화를 일일이 지도로 제작해 아이들과 토론수업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했다.
◆우리는 일본, 중국과는 다르다?=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우리나라 역사 논쟁. 일본은 끊임없이 독도 도발을 계속하고 있고, 중국 역시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만들기 위한 치밀한 작전을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의 국사 교육은 점점 국·영·수에 밀려나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국사 과목이 사회과목 11개 선택과목 중 하나가 되면서 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다, 행정고시·사법고시·외무고시 등 고등고시에서도 한국사 과목이 폐지되면서 외면받고 있다. 심지어 국가관과 민족의식이 필요한 각군 사관학교와 경찰대학에서도 신입생 선발때 국사를 제외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능에서 '국사'는 '기피과목'으로 홀대받은 지 오래다. 2005년부터 국사가 필수가 아닌 선택교과의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외울 것 많고, 문제 난이도가 높은 국사보다는 쉽게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지리·사회 문화·법과 사회 등의 과목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사를 선택한 학생은 고작 18.2%. 2005년 절반에 가까운 46.9%(15만9천명)가 국사를 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장모(18·고3)양은 "어릴 때부터 역사 소설을 좋아했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국사 과목에 흥미를 잃었다"며 "사건이 발생한 연도를 꼼꼼히 외워 발생 순서대로 나열하는 문제는 정말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국사는 기피과목?=교과과정이 개편될수록 점점 줄고 있는 국사 수업 시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총 4시간(주당)이던 중 2·3학년의 국사 교육 시간은 2002년부터 시작된 제7차 교육과정에서 3시간으로 줄었다. 고 1학년 경우 주당 2시간의 국사 수업이 배정돼 있지만, 고 2·3학년은 '근·현대사'를 선택해야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가 얽혀있는 '근현대사'를 배우는 학생은 인문계 학생의 절반 정도에 불과해 상당수 학생들은 일제 강점기 이후 한국 역사에 대한 기본적 상식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 역사교과모임 장대수 교사는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다 보니 독도가 어떻게 해서 역사적으로 '우리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학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이재철 장학사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 도발이 계속되면서 2011년부터 시행되는 제 7차 개정교육과정에서는 근현대사를 국사에 포함해 주당 3시간의 시간을 배정하기로 했지만 시행까지는 아직 몇 년이 남아있는데다, 수능 필수 과목이 아니다 보니 학생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져줄지는 미지수"라고 안타까워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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