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른 학교나 관공서에서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어요."(성광고 이종혁 행정실장)
고유가로 에너지 절감이 지상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대구 성광고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 이유는 이 학교 운동장 밑에 있다. 운동장의 뜨거운 지열을 이용, 냉·난방시설을 가동함으로써 기존 전기료의 30% 이상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구 초·중·고교에선 유일하게 지열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니 주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광고가 이 같은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은 의외로 전투기 소음 때문이었다. 북구 복현동에 자리잡은 성광고는 인근에 K2 비행장이 있어 항상 전투기 이·착륙 소음에 고통을 겪었다.
박상택 교장은 "얼마 전만 해도 여름철인데도 창문을 닫고 수업을 해야 하는데 스탠드 에어컨이 오래돼 냉기가 약하다 보니 학생들이 계속 에어컨을 만지작거리다 파손하는 경우가 잦았다. 수리하더라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모로 알아보다 2006년 에너지관리공단의 지역냉·난방 시스템 공모에 신청했다. 전투기 소음문제를 집중 거론하면서 읍소한 것이 주효해 공모에 뽑혔다. 학교는 그해 9월 에너지관리공단 보조금과 대구시청 지원금, 에너지절감사업을 위한 융자금 등 12억원으로 공사에 들어가 운동장 절반에 총 66개의 홀을 뚫고 한 홀당 150m에 이르는 파이프를 심었다. 1년여간의 공사 끝에 지난해 12월 고교 건물 전체에 지열냉·난방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이 실장은 "운동장 지하의 파이프를 통해 순환수를 공급하면 여름철이나 겨울철에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며 "과거에는 여름철에 고작 5~7시간 에어컨을 가동했지만 지금은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에어컨을 가동해도 전기료가 거의 비슷하게 나온다"고 했다. 학교 측은 7, 8년 후에 초기 투자비용을 상쇄할 만큼 전기료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3학년 서정우(18)군은 "지난해 여름철엔 더워서 수업 분위기도 좋지 않고 공부 효율도 떨어졌지만 지금은 하루종일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하니까 좋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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