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맴맴…잠 못 드는 밤, 주민들 소음공해 짜증

"제발! 잠 좀 자자."

회사원 김규정(42·북구 침산동)씨는 요즘 자는 둥 마는 둥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지 일주일을 넘어서고 있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열대야로 후텁지근한 밤이 계속되는데다, 목청껏 울어대는 매미들 소음에 신경이 곤두선 탓이다. 김씨는 "가뜩이나 불쾌지수가 높아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데 매미 울음 소리는 정말 참을 수 없는 소음"이라고 하소연했다.

밤이 돼도 울음소리를 그치지 않는 매미 소리가 도시인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주범'이 되고 있다. 매미는 원래 밤이 되면 울음소리를 그쳐야 정상이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기온이 높아진데다 불야성을 이루는 도심의 불빛까지 가세해 '낮 같은 밤' 환경이 조성되면서 한밤 중에도 사이렌 같은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최근 도심을 장악한 매미 대부분은 매미과 가운데서도 목청이 제일 크기로 유명한 '말매미'다. 날카롭고 격렬한 말매미의 울음소리는 약 75㏈에 달한다. 전용주거지역 소음기준이 낮 50㏈, 밤 40㏈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소음공해'와 다를 바 없다. 게다가 매미는 한 마리가 울면 주변의 다른 매미도 경쟁적으로 따라 우는 습성이 있어 심야의 도시를 짜증 속으로 밀어넣는다.

사람에게는 소음이지만 사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암컷을 향해 보내는 '사랑의 노래'다. 영남고 조민호 과학교사는 "매미는 일정 정도 기온을 넘어서야 교배를 원하는데 밤 기온이 25℃를 넘어서는 날이 계속되면서 밤이 돼도 계속된 구애에 몸이 달아 더욱 시끄럽게 소리를 낸다"고 설명했다.

잠들지 않는 도시의 불빛도 매미 소음의 또다른 원인이다. 불빛을 따라 모이는 곤충의 특성상 농촌보다 도시 사람들이 야간에 매미 소음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조 교사는 "말매미는 번식력이 강한 종으로 앞으로 점점 그 개체수가 더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며 "지구 온난화와 야간 조명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므로 매미 소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환경보호 노력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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