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미운 오리 경기도백

정부 '지역발전 추진 전략'에 딴죽/좁은 안목으로 '큰 꿈' 펼칠

대한민국의 1인당 실질소득이 2025년이면 5만1천923달러로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위가 된다. 또 2050년이면 8만1천462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선다. 실질GDP(국내총생산)는 2050년에 3조6천840만 달러로 지금의 4배로 증가해 대규모 인구를 가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BRICs와 맞먹는 경제 규모를 갖게 된다.

고유가 고원자재가로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서민 생활이 지독하게도 힘든 이 마당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일까. 찜통 같은 '대구 더위'를 먹었나. 아니다. 이는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이다.

정말 그런 세월이 올까? 제발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맞아떨어졌으면 좋겠다. 아니 정확하게 맞지 않더라도 실질GDP가 세계 10위권에라도 진입한다면 행복하겠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런 세월이 오지 말란 법도 없을 듯하다. 30개국 넘게 외국을 다녀봐도 우리처럼 부지런한 국민을 보지 못했다. 세계 어디에서도 돌아서면 산이고, 파면 물이 나오는 금수강산을 찾지 못했다. 참으로 좋은 나라요 대단한 국민이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여기다 상상을 보태 본다. 남북 통일이 된다. 일본과 한국이 해저 고속철로 연결되고, 동해선과 시베리아횡단철도, 경의선과 중국횡단철도가 연결된다. 철도 인프라로 중국, 러시아, 일본을 우리의 시장으로 바꿔 놓는 대변혁이다.

4강의 틈바구니에 끼여 침탈의 아픈 역사를 갖게 했던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가 세상이 변하니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다. 여기다 유럽연합(EU)과 같은 동북아경제공동체가 건설되면 세계 무역의 70%가 우리를 둘러싼 지역에서 이뤄지게 된다 한다.

이쯤 되면 실질소득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아니라 1위가 되지 말란 법도 또 없다. 그때 대한민국은 전 국토가 지금의 수도권보다 더 강한 지역으로 탈바꿈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국민의 절반 이상은 외국과 관련 있는 직업을 갖게 돼 영어는 필수이고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가운데 한두 개 언어는 익혀야 취직하기 쉬워질 게다.

이명박 정부가 21일 제시한 '지역 발전 추진 전략'을 온 나라가 환영하고 있다. 첫 전략이 전 국토의 성장 잠재력 극대화다. 구체안으로 동해안 에너지관광벨트, 서해안 산업벨트, 남해안 선벨트, 남북교류·접경벨트 등 4개 벨트를 수도권과 맞먹는 초광역권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말 그대로라면 전 국토의 '수도권화'다. 직접적인 해당 지자체만도 울산 경북 강원 경기 인천 충남 전북 전남 경남 부산 등 10개다. 4개 벨트에 적합한 과제를 발굴해 제대로 육성한다면 2025년 세계 3위의 국민 1인당 실질GDP 국가로 가는 첫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전략에 경기도가 딴죽을 걸고 나섰다. '선(先) 지방 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 합리화'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2개 벨트가 경기도 관련 벨트이고, 그것도 경기도의 낙후 지역이라고 주장했던 경기 북부권을 개발하는 남북교류·접경벨트가 역점 추진 과제로 선정됐는데도 불만인 모양이다. 비수도권에서 보면 영락없는 '미운 오리'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21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 더 지독한, 도대체 제정신이 아닌 정책"이라고 했다 한다. '수도권 규제가 사회주의 국가보다 더 심하다"거나 "중국 공산당이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규제를 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거의 막말 수준이다. 김 지사는 그것도 부족해 23일 경기 지역 시장·군수 31명을 모아 대정부 무력시위(?)도 불사할 태세라는 보도도 있다.

김 지사가 펄쩍 뛰고 있는 것이 자신의 자리 때문이라고 보면 일면 이해는 간다. 하지만 부자로 타 지역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경기도의 道伯(도백)을 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비수도권을 살피지 못하는 좁은 안목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는 고향인 영천이나 모교가 있는 대구가 생각나지 않는 모양이다. 그것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김 지사 아닌가.

최재왕 서울정치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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