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서 스튜디오 대구展 / 갤러리M /~8월3일
추상표현주의나 미니멀리즘 경향의 작품들은 다름과 차이를 지닌 별개의 작품들에서도 동일성이 엿보인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개성의 관점에서 모방적인 주체성이 항상 문제가 된다. 그러나 모방과 차용이 다반사인 탈 모던에서는 재현이나 복제가 현실의 '실재'로서 독창성이 문제되지 않은 채 각종 이미지들로 나타난다. 포스트모던의 이런 다양성 즉 다원성의 특징을, '도화서'라고 이름붙인 한 창작 스튜디오 회원들이 여는 전시회가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들이 사용하는 재료나 매체, 적용한 기술이나 담고 있는 내용, 표현 방법도 제각각이다. 회화의 경우 고전의 차용이 널리 행해지고 패러디도 무차별적이다. 앙리 루소의 '꿈'을 자신의 것으로 바꾼 홍성재나, 미켈란젤로, 보쉬, 다비드의 그림들을 맥락 없이 사용한 서너 작가의 예를 보게 된다. 모방과 재현의 방식으로 그리되 각자 다른 의도의 구상 그림들은 그 대상이 사회현실이면서 또한 미술 그 자신의 전통이기 때문이다. 욕망의 표현을 억제하는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려고 하는 태도는 배제되었다. 귀결되거나 귀속시켜야할 어떤 지점도 전제하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을 드러낸다. 작고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시우의 낯선 일상의 풍경이나 김기라의 정크 푸드를 모아놓은 정물 사진에서처럼 그 속에 우리시대 삶의 리얼리티가 담긴다. 관객은 혼란스럽지만 갇히거나 막힘이 없이 표류하는 정서의 흐름을 읽게 되어 즐겁다.
다수의 작가들은 붓으로 그리는 그림 위주에서 혼합매체의 사용으로 바뀌었다. 비디오 영상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및 각종 기술 수단들이 활용된다. 장르적 특성을 규정하던 기존의 개념으로 포착되지 않아 어떤 통일성의 구속이나 프레임에 갇힘으로부터의 해방을 실천한다. 재료의 물성이나 존재가 강조되던 단순한 오브제보다 '사건'을 지향한다. 통제되지 않은 서사적 내용이 담기는데 (형식이나 방법 등 조형의 본질적인 문제의 탐구보다) 극히 사적이고 우발적이다. 따라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이 된다. '오리발'과 '치아모형'을 각각 오브제로 선택해서 키네틱 아트와 정크 아트의 요소를 통합시킨 장종완의 작품들은 익살과 재미를 느끼게 하는데, 이질성 간의 조화는 물론 이종 혼성이 용인되는 것, 이런 것들이 모더니즘적 정신의 순수성과 대조된다.
다양성이라고 해서 온갖 잡동사니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허접하다거나 지리멸렬하다는 것과 달리 다름과 차이, 반복과 모방의 무수한 것들이 모여 전체를 이룬다. 그 공존하는 개체들 상호간의 인과관계나 유기적 결합관계는 없거나 뚜렷하지 않다. 다양한 장르의 전체 작품들 간에도 그렇고 오용석의 화면처럼 개별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내적 구조에서도 그렇다. 컨템퍼러리 아트는 지금 생성되고 있는 예술이다. 그래서 참신하고 재미도 주고 감동도 있다. 예술의 고정관념을 전복 시키는, 그래서 우리 삶을 혁명하게 하는 것을 이들도 여전히 지향한다.
김영동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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