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업에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으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도시화 및 산업화로 고농도 폐수가 늘고 물 부족현상이 심해지는 데 주목, 첨단 수처리 소재분야에 뛰어들어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 많다. 골드만삭스도 범용제품인 펌프나 밸브 전문기업보다 필터 등 전문기술역량을 가진 기업들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지역 물산업 관련기업들을 찾았다.
포항에 본사를 둔 휴대전화 부품업체인 시노펙스는 수처리용 필터개발 등 물산업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시노펙스는 지난 6일 한국화학연구원과 공동으로 해수담수화 및 정수용 정밀여과가 가능한 중공사막(中空絲膜·Hollow Fiber Membrane) 개발을 추진, 내년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공사막은 1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에서 100나노미터에 이르는 미세물질을 걸러내는 분리막 필터로 해수담수화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등 각종 유해물질은 걸러내고 인체에 좋은 미네랄 성분은 통과시킨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6월 반도체와 LCD 제조공정에 쓰이는 대용량 수처리 필터를 개발했으며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머리카락 10만분의 1 굵기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나노복합분리막 개발에 성공했다. 나노복합분리막 시장은 미국, 일본 등의 5개 업체가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으로 회사 측은 필터부문에서 내년 300억원, 2011년 1천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화용 시노펙스 전략기획실 상무는 "세계 각국에서 물관련 산업의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수처리 기술의 핵심인 분리막을 국내에서 개발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안전한 물에 대한 요구는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신기술 및 신소재 개발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47년 대구에서 경북기업으로 출발, 한국 섬유산업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던 코오롱그룹도 지역에서 글로벌 물기업의 꿈을 키우고 있다.
코오롱그룹의 물 사업은 크게 세 분야. 수처리약품과 분리막(Membrane) 같은 소재·시스템사업, 하폐수처리장 건설 등 시공과 운영 등이다. 이 가운데 (주)코오롱 경산공장에서는 지난 1995년부터 정수기용 분리막 생산에 들어가 현재 한외(限外·ultra)여과 필터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300억원 수준이며 미국·일본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구미공장에는 200억원을 투자, 지난해 말부터 고강도 유리섬유 복합 상하수도 파이프(지름 100∼4천㎜)를 생산하고 있다. 녹슨 상하수도관 교체가 많을 것이라는 수요 예측에 따른 것이다. 회사 측은 기존 PVC나 금속, 콘크리트 소재 상하수도관에 비해 품질이 우수해 시장점유율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올해 250억원, 2012년 1천5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상홍 코오롱환경서비스 수처리사업팀장은 "코오롱그룹은 수처리와 관련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20여개의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과 함께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며 "앞으로 물산업 가운데 소재분야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더 늘 것"으로 전망했다.
웅진케미칼(옛 새한)은 1972년 제일합섬으로 출발해 36년간 국내 화섬산업을 선도했으나, 지난 2000년부터 워크아웃을 거쳐 올해 1월 웅진그룹에 매각됐다.
대구경북 지역민에게 '제일합섬'이나 '새한'이라는 사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웅진그룹 웅진케미칼은 구미공장에서 수처리 필터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최근 상주시에 1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기도 한 웅진그룹은 지난 5월 계열사 사이에 중복돼 있던 필터사업을 웅진케미칼이 전담하도록 결정했다. 세계 3위 수준의 필터사업 역량을 갖춘 웅진케미칼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
지난 1월 웅진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웅진케미칼은 대표적 수처리 환경제품인 역삼투 분리막을 지난 95년 세계 3번째, 국내 최초로 개발해 국내 가정용 및 산업용 역삼투 분리막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해외 22개국에 진출했으며 세계시장 점유율은 10% 수준. 역삼투 분리막은 미국, 일본, 한국 등 세 나라만 생산하고 있으며 세계시장 규모는 약 4천500억원(2005년 말 기준)으로 매년 10%씩 성장하는 추세다.
웅진케미칼은 다양한 필터를 지속적으로 개발·공급함으로써 정수기 전문회사인 웅진코웨이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또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와 연계해 산업용 필터의 해외시장을 확대하고 미국·중동·중국 등 주요지역에 판매거점을 확보, 수출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글·사진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분리막(멤브레인)이란?
특정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거나 배제시킴으로써 혼합물의 특정성분을 분리시킬 수 있는 필터를 말한다. 정수기, 인공신장기, 혈액 정제나 상하수도 정수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분리대상의 크기에 따라 정밀여과(MF), 한외여과(UF), 나노여과(NF), 역삼투여과(RO) 방식으로 나뉜다. 자동화가 간단하고 침전지와 같은 넓은 면적이 필요 없으나 건설·유지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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