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어민 강사 '귀하신 몸'…학원가 몸값 '껑충'

"하늘의 별따기?"

최근 영어 공교육과 실용영어 강화 등으로 원어민강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지역 초·중·고교와 학원가는 강사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실력이 떨어지는 외국인들이 대거 강단에 서는 등 자질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은 선호하지 않는다?=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113개교(재계약 포함)가 2학기부터 원어민 강사를 쓰겠다고 신청했다. 이는 2007년 상반기에 신청한 학교 54개교, 하반기 85개교 등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경북도교육청에는 재계약을 제외하고 올 상반기에만 50개교가 2학기부터 원어민 강사를 채용하겠다고 요청했고 하반기에는 대략 50개교가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2006년 한 해 동안 신청학교 50개교, 2007년 70개교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원어민 강사를 원하더라도 보내줄 수 없을 정도로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대구의 경우 20개교 정도는 9월 2학기부터 원어민 강사를 쓰기 어렵게 됐고, 경북도 신청 학교 중 15개교의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도교육청은 원어민 강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지역에서 일하려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도 한 이유라고 밝혔다. 시교육청 장동묵 장학사는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에서 대부분 원어민 강사를 공급받는데 외국인 강사들이 1순위로 선호하는 서울이나 수도권, 부산, 제주도 등에 수요가 급증해 대구경북은 강사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사료는 오르지만, 자질은?=학원가는 사정이 훨씬 더 심각하다. 원어민 강사들이 아무래도 대우와 근무조건이 나은 학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A학원 원장은 "요즘 학교 수요가 늘어 그쪽으로 다 빠져나가다 보니 강사가 없어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과거엔 80만~100만원하던 강사 소개비가 200만원 안팎으로 올랐다고 했다. 더욱이 소개비에 웃돈을 붙여줘도 강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달서구 용산동 B학원 원장은 "원어민 강사들에게 얼마 전만 해도 220만원의 월급을 줬는데 지금 40만원을 올려줬고 앞으로도 더 오를 것"며 "강사 구하기가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수요에 맞추다 보니 아무래도 실력이 좀 떨어지더라도 채용할 수밖에 없고, 외국에서 자질이 낮은 원어민이라도 서둘러 데려오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더욱이 이달 초부터 법무부가 원어민 보조교사 자격 조건을 4년제 대학 졸업자에서 2년제 대학 졸업자까지로 완화하는 바람에 자질문제에 대한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시교육청 장 장학사는 "2년제 대학 졸업자를 강사로 채용할 경우 기존 원어민 강사에 비해 아무래도 자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작정 우수 인력을 요구하기가 어려워 고민스럽다"고 걱정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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