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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경북의 여름 비경] 안동 가송리·퇴계 예던길

▲ 안동 도산면가송마을은 낙동강 700리 중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엄재진기자
▲ 안동 도산면가송마을은 낙동강 700리 중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엄재진기자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도시민들이 참살이 생활을 체험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참살이 마을'로 통한다. 낙동강 700리 중 풍경이 아름다운 곳 중 하나다.

사람답게 살기를 원한 퇴계의 시에 가송리 참살이 마을에 대한 시구가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역사적으로도 참살이 마을은 삶에 지친 나그네의 주막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참살이 마을 한쪽, 낙동강변에는 하늘의 기운이 산을 뚫고 강물을 흐르게 했다는 고산협곡과 고산정(孤山亭)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 속의 고독함에서 묻어나는 절절한 아름다움. 마을 절경 1호다.

산과 마을을 둘로 나눠 협곡을 만들어 굽이쳐 흐르는 물길은 강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듯하고, 계곡이라 하기에는 넘치는 곳이다. 그래서 강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숲과 그늘, 여울이 있으며 계곡에서 찾을 수 없는 모래밭과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넉넉한 수량, 낚시터가 있다.

안동에서 국도 35호선을 타고 봉화 쪽으로 가면 쉬어갈 곳이 많다. 한국국학진흥원과 경북도 산림박물관, 도산서원 등 옛 선현들의 정신과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유적지가 즐비하다.

안동을 출발해 40분쯤 달리면 큰 절벽 하나가 눈앞에 나타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청량산 등산로 입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면 가송리 참살이 마을과 고산정, 농암고택, 퇴계 예던길(오솔길), 왕모산성 등을 만난다.

마을에 들어서면 마치 중국 무협지에나 나올 법한 협곡 사이로 푸르디 푸른 강이 유유자적 흐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청량산 줄기가 마을을 에워싸고 거대한 층층 기암절벽이 가송협, 외병대, 내병대, 독산, 벽력암을 이루고 있다.

요즘엔 이곳에서 래프팅을 체험할 수 있어 더욱 즐겁다. 참살이 마을에서는 감자송편과 두부 만들기 등 다양한 먹을거리 체험도 준비해 놓고 있다.

가송리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은 옛 선인들이 남긴 발자취. 농암 이현보(1467~1557) 선생이 연산군 이후 고향에 내려와 이곳 풍경에 젖어 영남의 강호문학(江湖文學)을 열었고. 퇴계 이황 선생은 이 길을 따라 청량산으로 오르며 시를 남겼다. '청포도' 시인 이육사 선생은 이 길목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뿐이랴. 조금만 움직이면 농암고택이 나온다. 농암 이현보 선생이 오랜 벼슬살이를 마치고 고향에 내려와 지었다는 '농암 바위에 올라와 보니 늙은 눈이 오히려 더 밝아진다'는 시조 구절이 가슴에 절로 와 닿는다.

400여년 전 퇴계 선생은 집에서, 도산서원에서 이 길을 따라 청량산으로 갔다. 유년시절엔 청량산에 있는 숙부에게 학문을 배웠고 늙어서는 청량산에서 도산십이곡을 지었다. 퇴계가 걸었던 이 길이 '퇴계 예던길'로 다시 단장되고 있다. 퇴계는 도산서원에서 청량산까지 20여km의 길을 걸어 갔을까, 아니면 가마를 타고 갔을까. 짐꾼들을 거느렸을까, 혼자 봇짐 지고 갔을까.

◆여행안내=참살이 마을에는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가송사랑방(054-840-5668)과 4개의 방갈로가 있다. 농암종택(054-843-1202)에서 고가옥 전통체험도 가능하다. 토계리 퇴계종택(054-855-8332)과 수졸당(054-856-3307)에서는 고택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수졸당에서는 종부가 직접 마련한 건진국수와 감자탕을 비롯해 국화챗물 등 안동의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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