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창업은 대학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적이다. 대학은 인간이 창조한 과학적 지식을 전수하고 사회에서 필요한 기술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또한 대학은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사회적, 과학적 현상을 관찰하고 그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기능을 가지고 있다. 대학에서 축적된 학문적 성과는 자연히 실생활에 응용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대학으로 회귀되어 다시 새로운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대학은 자연과학적 탐구의 결과가 학문과 실용 간에 선순환되도록 유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학이 보유한 과학기술적 지식은 인간의 태아에 비유될 수 있다. 태아가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모체로부터 독립해야 하듯이, 대학의 기술력이 상업화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 즉 과학기술은 대학에서 잉태된 다음 대학으로부터 이탈해야 그 기능이 극대화되고 더불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대학이 보유한 과학기술을 대학으로부터 독립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기술창업이다.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기술창업의 형태는 연구실 창업과 개인 창업 두 가지로 나뉜다. 연구실 창업은 대학 연구실에서 보유한 학술적 성과물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대학 연구실의 연구 결과물은 학문적 진보를 지향하는 쪽으로 축적되기 때문에 실용적 관점에서는 그 활용도가 높지 않을 수 있다. 연구실 창업은 이러한 탐구적 성과물을 상업적 규격으로 재배치시키고 연구 활동의 방향을 수정하도록 유도하여,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수혈받게 한다. 연구실 창업에서 한 가지 경계해야 할 점은 지나친 상업화이다. 창업으로 인해 대학 연구실이 그 본연의 학문적 탐구 기능을 스스로 퇴색시키고, 대중에게 과장된 정보나 검증되지 않은 과학적 사실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개인 창업은 대학의 창업 동아리 활동을 통하거나 학생 개인의 기술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다. 개인 창업은 연구실 창업에 비해 기술력에서는 뒤떨어지는 반면 뛰어난 창의력을 무기로 삼는다. 사실 창의력이야말로 기업의 생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국내 과학기술이 선진국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결국 선진국을 추월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연구개발의 방향을 창의력보다는 모방에 맞추기 때문이다. 개인적 창의력이 국가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당장 가시적이지는 않더라도, 우수한 창의력을 가진 대학 내의 개인 창업은 장려되어야 한다.
기술창업의 활성화와 창업기업의 육성을 위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첫째, 대학은 대학 본연의 임무인 교육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학생을 교육한다는 것은 곧 미래의 예비 창업자를 보육하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대학은 올바른 교육이 바로 진정한 창업보육임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창업자가 대학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사회의 축소판인 대학은 기술력 이외에 경영, 법률, 회계 등 기업의 필요 사항을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기업에 개방하면 대학은 창업지원과 함께 사회봉사의 기능도 더불어 수행하게 된다. 셋째, 창업기업이 정부지원 자금을 수혜하는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 창업기업에 대한 신뢰성은 대학 구성원의 참여로 인해 증가되며, 따라서 대학의 교수나 연구원은 기업이 국가정책자금과 각종 기금을 조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끝으로, 대학은 기술창업 과정에서 소홀히 할 수 있는 기업윤리정신을 심어주어 창업기업이 사회 조직원으로서 도덕적 임무를 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창업기업의 성공 여부는 대표자의 역량에 의존하지만, 외부 환경변화와 지역사회의 직간접적 지원도 사업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대학은 창업기업이 외부기관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일부 환원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소임을 갖고 있음을 환기시켜야 한다.
여상도 경북대 테크노파크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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