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4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수행해 9일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등지에서 투자유치 활동에 나서려던 성기룡 경북도 투자통상본부장은 미국행 비행기 대신 대구행 KTX 기차를 타야 했다.
1조원짜리 대형 투자유치사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긴급 보고에 따라 한국에 남아서 신속히 대응하라는 도지사의 '특명' 때문이었다. 28일 상주 문화회관에서 열린 웅진그룹 웅진폴리실리콘과의 투자양해각서 체결은 이렇게 해서 이루어낸 성과였다.
지역과 특별한 연고가 없는 대기업으로부터 대규모 신규투자를 이끌어낸 이번 결과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기업유치 전쟁의 적나라한 단면이다.
경북도가 웅진폴리실리콘 유치에 처음 뛰어든 것은 지난 3월. 경쟁지역은 경기도와 충남·북이었다. 하지만 성공 확률은 애초부터 낮았다. 웅진그룹의 모태가 충남이었는데다 경북이 제시했던 지역들은 부지 면적과 입지여건에서 타지역에 밀렸던 것.
실제로 회사측은 경북도의 끊임없는 '구애'에도 6월 중순 충남과 양해각서 체결을 확정짓고 연락조차 끊었다. 다급해진 경북도는 웅진그룹 고위층과 친분이 있는 지역인사들을 총동원, 핫라인을 만들고 급기야 지난 7일에는 도지사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상경, 그룹 핵심 관계자와 담판을 갖기도 했다.
경북도는 나아가 비밀리에 투자유치팀·생활경제교통팀·환경정책과·수질보전과·도시계획과 등 관련 부서 15명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투자유치 걸림돌 제거에 전격 나섰다. TF팀은 기반시설 조기 구축을 위해 가스공사와 수자원공사 설득에 나서는 한편 예정지로 알려진 충남을 찾아 땅값 등 투자여건을 비교, 경쟁력 확보에 대한 방안을 연구했다.
또 생소한 폴리실리콘산업을 이해하기 위해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군산 동양제철화학까지 방문, 기업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했다.
마침내 기다리던 웅진그룹의 최종 결정은 지난 18일 이뤄졌다. 윤석금 웅진 회장과 김관용 지사의 식사약속을 잡아달라는 연락이었다. 경북도는 내친 김에 MOU까지 한꺼번에 할 것을 요청, 넉달간의 치열한 유치전은 대성공으로 마무리됐다.
경북도 투자유치팀 이종걸 국내담당은 "지나간 이야기들을 모두 소설로 쓴다면 몇 권은 될 것"이라며 "유치확정 이후 인근에 부지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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