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악플'도 표현의 자유인가

익명 뒤에 숨어 무차별 인격살인/ 인터넷 유해사범 처벌법 제정을

중국의 사상가 루쉰(魯迅)은 立論(입론)이란 글에서 이런 이야기를 썼다.

'어떤 집안에 아들이 태어나 온 집안이 잔치 분위기였다. 석 달쯤 지나 손님들에게 아기를 보여주며 덕담을 듣고 싶어했다. 한 손님이 '그놈 참 큰돈 벌게 생겼네'라고 하자 주인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이어서 '그놈 장차 큰 벼슬을 하겠군' 하고 말해준 두 번째 손님도 주인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다.

그 다음 세 번째 손님은 달리 더 보태줄 말이 없어 궁색해 하다가 '이 아이는 장차 죽게 되겠군요'라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몰매를 맞았다.

큰 부자가 될 거라는 말이나 높은 벼슬을 할 것이란 말은 거짓말로 끝날 가능성이 있는 말이다.

대신 언젠가는 죽을 거란 말은 필연적인 참말인데도 거짓말한 사람은 보답인사를 받고 필연적인 것을 말한 사람은 매를 맞은 것이다.

이야기 끝에 한 사람이 물었다.

'선생님 저는 남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얻어맞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말해야 합니까?'

'그러면 너는 애기를 안고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지.'

'오! 아가야, 봅시다, 이런, 얼마나… 아유… 하하!'

바른말을 하고도 인사를 듣거나 옳은 글을 쓰고도 욕 안 먹고 매 맞지 않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필자도 20여 년간 매주일 한 번씩 빠진 날 없이 칼럼을 써오면서 행여 몰매 맞지 않을까 하는 긴장이 인사 듣는 안도감보다는 훨씬 더 무겁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글 쓴 뒤 매도 맞아보고 인사도 들어본 입장에서 최근 인터넷 댓글의 실명제 입법을 둘러싸고 대립된 여'야와 네티즌 간의 찬반 논란에 대해 두 가지 의문을 갖는다.

얼굴 감춘 악플꾼들에게 과연 공공의 이익이나 개인의 인격권에 대한 진정한 긴장감이 한 줌이라도 있었을까, 그리고 과연 실명제案(안)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언론 탄압일까 하는 점이다.

'표현의 자유', 좋은 것이다.

自然權論(자연권론), 功利主義(공리주의) 등에서 근거가 된 거의 모든 자유민주국가들의 헌법들도 하나같이 표현의 자유를 억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 겹 더 깊이 들여다보면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 속에는 예외 없이 '법률이 정한 공공의 질서를 저해하지 않아야'(프랑스)하고 '개인의 명예 불가침권에 의해 제한된다'(독일). '언론 자유도 국가'사회'개인의 이익과 권리에 대한 상대적 인권에 불과하다'(미국)는 국가도 있다.

꼴이 제대로 된 나라라면 어느 나라도 제멋대로 구는 방종의 자유는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욕설과 거짓, 모함과 유언비어로 무차별 인격살인을 하고 있는 무기명 악플을 언론자유라 우기는 야당과 일부 좌파 악플 행동대들은 '언론자유를 부르짖는 것은 그것(자유)을 남용하려는 인간들뿐이다'는 괴테의 말을 곱씹어봐야 한다.

얼굴 가리고 거짓ID로 욕설이나 쏟아내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인가.

되돌아 보면 오히려 그 표현의 자유를 누르고 싶어했던 쪽은 6개월 전까지 집권했던 그들이다.

기자실 폐쇄, 언론사 세무사찰, 쉴 새 없이 걸고 들었던 언론상대 고소고발, 그런 것들이 다 자신들을 향해 '장차 죽겠군요'라고 했던 보수언론의 표현 자유를 억압하려 했던 지울 수 없는 흔적들이다.

야당과 좌파성향의 일부 악플부대의 새삼스런 표현자유 타령이 우습게 들리는 이유다.

공공복리와 민주시민의 인격권을 복면을 쓰고 침해하는 악플부대와 그 세력을 부추기는 조종자들에게 표현의 자유는 차라리 사치다. 검찰은 법 제정을 세차게 밀어붙이라.

김정길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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