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카이스트)가 2010학년도부터 신입생 전형방식을 미리 알려 주지 않고 입시를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전형방식을 발표하면 사교육으로 미리 준비를 하기 때문에 진정한 능력을 가진 학생을 가려내기가 어려워 '무(無)요강 입시'를 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입자율화 조치를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추세가 상위권 대학으로 확대되면 학교나 학원의 주입식 수업과 맹목적인 암기는 점차 한계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어떤 입시제도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학습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학습 습관과 태도
많은 학생들은 한 번 틀린 문제를 자꾸 틀린다. 틀린 문제라면 더욱 기억에 오래 남아 다음에는 반드시 맞혀야 하는데 이상하게 또 틀리고 만다.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 공부할 때 재미를 느끼지 못한 과목이나 단원은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진도가 나가지 않고 공부하기가 싫다. 처음에 제대로 개념을 파악하지 못한 단원은 두 번째 볼 때도 대충 넘어가기 쉽다.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 과목은 무턱대고 시간을 많이 투자해 반복만 할 게 아니라 그 과목에 대한 자신의 학습 습관과 태도 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취약한 단원, 틀린 문제를 되풀이해서 공부할 때는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기본 개념,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자신의 취약점을 잘 알 수 없다면 그 단원의 개념과 내용을 적용한 응용문제와 다른 단원과 관련된 통합 문제를 풀어보면서 교과 내용을 깊이 있게 확인하고 다지는 것이 좋다.
▷하기 싫다고 계속 미루지는 않나?=이런 경우는 만사를 제쳐놓고 그 단원부터 뿌리를 뽑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한 번 정성 들여 이해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훨씬 쉬워진다.
▷특정 단원에 자신감이 없다면=특정 단원에서 몇 차례 실수를 계속하다보면 그 단원과 관련된 문제만 나오면 위축되고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자신의 판단력과 능력을 신뢰하면서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을 확신이 설 때까지 계속해서 풀어보며 강한 근성을 기르는 것이 좋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학습
교과서나 참고서를 공부할 때 중요한 부분에 밑줄 쫙 긋고 빈 공간에 수업 시간에 들은 내용을 빽빽하게 적는 학생들이 많다. 복습할 때 쉽게 요점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책을 참고하지 않고 한 권으로 다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 무엇을 적거나 밑줄을 치고 표시를 할 경우 실제로는 반복적으로 복습을 할 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학습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쉽다. 책에 많이 적고 다양한 표시를 해 두면 다시 읽을 때 밑줄 친 내용이나 적은 내용 이상을 생각하지 않게 된다. 또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진전시키기도 어렵다. 밑줄이 없는 부분을 무심히 흘려버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책에 아무 표시도 하지 않고 깨끗이 비워두는 것이 좋은가?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을 상대로 한 다음의 실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므로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 같은 과목 교과서를 두 권씩 준비하게 했다. 한 권에는 수업 중에 마음껏 적어 넣고 표시를 하게 했다. 그런 다음 복습할 때 처음에는 그 책으로 공부를 하게 하고 그 다음에는 아무것도 적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앞서 적었던 내용을 상기하게 했다. 다음에는 다시 한 번 깨끗한 책을 읽으며 그 내용을 다른 관점에서 다양하게 생각해 보고 질문을 하게 했다. 그런 다음에 그 교과내용과 관련된 문제를 풀게 했다. 틀렸거나 맞히긴 해도 확실히 모르는 문제들에 대해 틀리게 된 과정을 철저히 분석하고 왜 틀리게 되었는가를 자세하게 설명하게 했다. 그런 식으로 정리를 하고난 다음 다시 한 번 교과서를 읽고 최종적으로 정리하게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자 실험에 참가한 대부분 학생들이 그 단원에 대해 완전학습이 이루어졌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올바른 읽기와 개념
많은 학생들이 책을 읽을 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에 밑줄을 친다. 여러 색깔의 형광펜으로 보기 좋게 표시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다음에 볼 때 전체 내용을 읽지 않고도 그 부분을 쉽게 찾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의 독서가 생산적이지 못하고 창의력을 떨어뜨려 깊이 있는 독서에 장애가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여러 차례 발표됐다.
밑줄을 치거나 형광펜으로 표시할 경우 다음에 읽을 때는 앞뒤 문맥을 배제한채 그 부분만 다시 보기 쉽다. 전체적인 이해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처음 읽을 때 놓친 내용을 거듭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글이 주는 느낌 또한 처음에 받았던 그대로 떠오르기 쉽고 창의적으로 발전시키기 어려워진다.
시나 소설 등 문학 작품을 읽을 때는 아무 표시도 하지 않는 것이 직관력과 상상력을 키우는데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내용을 깊이 있게 음미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이 아니라 중요한 정보를 단순히 반복해서 암기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밑줄 긋기나 형광펜 사용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시각적 효과를 통해 핵심 내용을 눈에 확 들어오게 표시해 두면 단순 반복에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수준과 필요에 적합한 책을 고른 뒤 철저하게 이해에 중점을 두며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해가 쉽지 않다고 암기해 버리려는 학생들이 적잖은데 시간 단축의 측면에서든 기억력의 유지 측면에서든 훨씬 손해다. 어떤 내용이든 처음 접할 때의 자세가 대부분을 결정한다. 처음에 철저하게 이해하지 않고 대충 읽게 되면 나중에 다시 읽을 때도 건성으로 넘어가기 쉽다. 특히 수험생들은 진도가 느리더라도 조바심을 내지 말고 개념과 원리의 이해에 중점을 둬야 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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