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인요양시설 '부익부 빈익빈' 심각

거동이 힘든 노인들의 간호·보호 서비스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노인요양시설들이 심각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요양시설들이 앞다퉈 문을 열고 있지만 일부 시설은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해 환자 모시기에 나서야 할 형편.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요양시설들이 속속 문을 열 채비를 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 노인요양시설은 총 36개소로 정원 2천111명에 1천697명(80.4%)이 입소해 있으며, 환자 부족 현상은 새 제도 시행에 맞춰 새로 문을 연 요양시설에서 주로 나타났다. 대구시의 9월 말 노인요양시설 현황에 따르면 동구의 A요양원은 70명 정원에 입소 노인이 28명에 불과했고, 수성구의 B요양원은 정원 17명에 이용자가 한 명도 없었다.

시 전체 노인요양시설 중 지난해 이후 문을 연 곳은 모두 16곳으로 총 정원이 639명이지만 이용자는 349명으로 이용률이 54.6%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 말까지 19개의 노인요양시설이 더 건립돼 시설입소 정원이 3천500여명으로 늘어나게 되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신설 노인요양시설 관계자는 "입소 노인을 채우지 못하면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고, 이런 현상이 몇 년 지속되면 문을 닫는 곳이 생길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다"고 걱정했다.

일부 노인요양시설들이 이용자들의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차모(46·여)씨는 뇌병변 1급으로 1등급 판정을 받은 어머니(82)를 노인요양시설에 입소시켰다 20일 만에 퇴소시켰다. 어머니에게 폐렴 증세가 생길 정도로 관리가 부실했기 때문. 차씨는 "밥 먹이고 기저귀만 갈아주는 정도"라며 "상태가 악화된 것을 보고 어느 보호자가 가만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내가 루게릭병(1급)으로 투병 중인 이모(65)씨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이후 3, 4차례나 노인요양시설로부터 '최근 문을 열어 시설이 최상급이고 무료로 요양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가족이 아니면 돌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입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런 때문인지 지난달 말까지 대구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자 1만2천958명 중 5천75명(39.2%)이 시설입소 대상인 1, 2등급을 받았지만 실제 시설에 입소한 사람은 3명 중 1명꼴에 그쳤다.

시 관계자는 "시설 부족을 크게 우려했는데 막상 제도가 실시되고 보니 실제 이용자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시설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경쟁이 되고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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