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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폐변압기 수년째 노천 방치

▲ 폐변압기가 발암물질(PCBs)을 함유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가운데 6일 오후 한전 대구사업본부 자재센터 노천에서 성분분석업체 직원들이 발암물질 함량을 조사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폐변압기가 발암물질(PCBs)을 함유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가운데 6일 오후 한전 대구사업본부 자재센터 노천에서 성분분석업체 직원들이 발암물질 함량을 조사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사용연한이 지나 폐기된 변압기들이 정부의 대책 없는 처리기준 때문에 수년째 방치돼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변압기 내부에는 맹독성 발암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s)' 성분이 포함돼 있지만, 한전 측은 이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며 방치하고 있다. 이 같은 폐변압기는 대구에만 1만1천여대에 달하는 등 전국적으로 20만대 가까이 된다.

◆쌓여가는 '독성' 폐변압기=6일 오후 대구 서구 이현동 서대구 IC 인근의 한전대구사업본부 자재센터. 시멘트로 포장된 2만㎡(6천여평) 마당에는 1만1천여대의 폐변압기가 빼곡히 차 있었다. 한전 관계자는 "2005년 이전까지는 절연체만 따로 분리해 처리하고 고철은 재활용처리했으나 2005년 6월 환경부가 오염물질인 PCBs의 위험성을 이유로 배출금지 지시를 내리면서 미처 처리되지 못한 폐변압기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한전이 6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처리되지 않은 폐변압기는 모두 19만2천700여대. 이 중 옥내에 보관돼 있는 것은 2만8천여대에 불과하며, 나머지 16만4천500여대는 외부에 노출된 채 마당에 쌓여 있다.

폐변압기는 암과 내분비계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맹독성 발암물질 PCBs를 함유해 함부로 방치할 경우 심각한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폐변압기 19만여대 중 7만여대를 조사한 결과 2만1천여대(31.6%)에서 사용이 금지된 독성물질인 PCBs가 검출됐고, 일부에서는 PCBs가 50ppm이나 검출돼 폐기물관리법상 기준치(2ppm)를 무려 25배나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 측은 "환경부가 정해놓은 폐기물관리법을 준수해 관리하고 있으며, 절연체 누유(漏油·기름이 새는 것)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 시멘트 마당 위에 보관하고 누유 위험이 있는 낡은 폐변압기는 옥내에 따로 분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왜 처리가 되지 않나?=한전 측은 "처리 기준만 강화됐을 뿐 처리할 방법조차 없는 상황이어서 쌓아둘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환경부가 2005년부터 폐변압기의 배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은 전국에 단 2곳뿐이며 그나마 1곳은 지난달 5일 문을 열었다는 것.

한전 대구사업본부 최두일 자재센터장은 "이제는 놔둘 부지도 부족한 상황이라 내년부터는 다른 장소를 임대해 사용해야 할 처지"라며 "외국으로 수출해 처리하는 방안도 협의해 봤지만 환경부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해 동안 대구경북에서 발생하는 폐변압기는 8천여대가량. 앞으로 묘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폐변압기는 계속 전국 곳곳의 야적장에 쌓여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일본 등 선진국의 유해물질관리 기준 강화에 따라 우리도 2ppm이라는 강도 높은 기준치를 적용하게 된 것"이라며 "환경단체 등과 협의해 고온소각처리업체에서 PCBs를 처리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며 조만간 6개 소각업체에서 폐변압기 처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 PCBs란?=변압기 등 전기설비에 사용되는 절연유에 함유된 염소계 유기화합물질로, 인체에 농축될 경우 각종 암과 간 기능 이상, 갑상선 기능저하 등을 일으킨다. 국내에서는 1979년부터 사용 금지 물질로 분류돼 있다. 변압기 1대당 100ℓ의 절연유가 들어있으며 이 중 PCBs가 들어있을 확률은 100만분의 2(기준치 2ppm적용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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