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원어민 교사 '기근'

정부가 영어 공교육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구경북의 초·중·고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확보 수준은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 원어민 보조교사들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에선 원어민 교사 구하기가 힘들어 영어교육에 있어서도 수도권과 지방과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대구경북 원어민 교사 수 전국 하위권=대구의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확보는 10개교 중 3명 꼴이고 경북은 이보다 적은 10개교 중 1.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북은 원어민 보조교사 배치율이 16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에게 제출한 '전국 시·도별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배치 현황(4월 말 기준)'을 보면 대구는 초·중·고 420개교가 있는데 원어민 보조교사는 122명로, 배치율이 28.9%(영어민 보조교사 수/학교 수)에 불과했다. 경북은 초·중·고 970개교에 140명이 배치돼 14.2%에 머물렀다. 대구경북 모두 전국 평균인 38.9%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반면 수도권의 원어민 보조교사 배치율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과 인천이 각각 67.8%, 58.3%였으며 경기도 55.2%로 높았다.

◆원어민 교사, 대구경북 꺼린다="관광하는 것이 취미인데 주말에 별로 구경갈 만한 곳이 없어 무료한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다 외국인들의 친목이나 교류 문화 자체가 거의 없어 외로움을 많이 느끼죠."(대구 모초교의 미국인 원어민 보조교사 A씨)

지역의 원어민 보조교사 확보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원어민 교사들이 전반적으로 지역에 배치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대구시교육청 교육정책과 장동묵 장학사는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원어민 강사를 공급받고 있는데 원어민 강사들이 서울 등 수도권이나 부산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외국인들이 생활이나 문화적 여건, 관광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대구경북은 선호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밝혔다.

경북의 경우 지역 특성상 학생 수가 적은 시골학교가 많은 것도 원인이다. 경북도교육청 중등교육과 방종수 장학관은 "경북은 학급 수가 3개 이하인 소규모 학교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보니 한명의 외국인 강사가 인근 학교들을 돌며 수업하기 때문에 싫어한다"고 말했다.

시·도교육청은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확보가 절실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영어체험센터 등 시설 기반 확충은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인력 확보엔 정부의 지원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무조건적으로 인원을 늘릴 경우에는 자질이 떨어지는데다 관리가 쉽지 않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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