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재창조에 성공한 세계 도시들은 길을 사람에게 이미 돌려주었다. 매력적인 가로환경 속에서 걷기 편한 거리가 사람을 끌어당기고 쇠퇴한 도심을 살려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도시는 이미 유명해진 보행전용거리를 여럿 갖고 있다. 베이징 왕푸징(王府井)을 비롯해 상하이 난징루(南京路), 칭따오의 타이동(台東) 등은 중국을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보행천국이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하루 수만에서 수십만 인파가 광대한 물결을 이룬다. 이 거리에는 관람차나 노천까페를 빼고는 그 어떤 훼방꾼도 없다. 거리의 양옆으로는 쇼핑·휴식·먹을 거리·숙박 시설이 늘어서 있고 그 가운데를 사람들이 편안하게 걸으며 하루를 즐긴다. 가장 중국적인 스트리트 퍼니처(거리에 설치한 매점, 버스정류장 등의 공공 건조물)나 퍼블릭 아트(거리 미술품)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차량 진입은 전면 차단되는 한편, 일부 거리는 중국 공안(公安)이 지키고 있다.
얼마전 대구를 다녀갔다는 영상미술가 주 찌아씨는 베이징에서 기자와 만나 "도시의 지향점은 사람을 향해야 하고, 사람이 걷기 편한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의 도시, 특히 대구는 오로지 무엇인가를 '짓는다'에 대한 고민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시 중심부에는 보행자의 천국인 스트뢰에(Strøget)라는 거리가 있다. 1962년 북유럽에서 최초로 조성된 보행 전용거리로 시청 광장에서 콩겐스 광장까지 1.2km다. 스트뢰에 거리는 조성되자마자 코펜하겐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쇼핑가이자 산책로가 됐다. 최근에는 오래된 중세 건축물을 개조한 상점들이 늘어서고 거리의 악사와 화가들이 삶의 여유를 가져다준다. 스트뢰에는 유럽에서 가장 긴 자동차없는 거리가 됐으며 대략 6만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을 만큼 큰 광장과 5개의 거리가 있다.
◆브라질 꾸리찌바시(인구 약 160만)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1km의 보행자 전용구간이 있다. 일명 '꽃의 거리'. 1972년 짜이머 레르너 시장은 전 세계가 어떻게 하면 자동차 통행을 편리하게 할 것인가에 힘쓸 때 보행 개혁을 단행했다. 기념비적인 교통정책이었다. 당시에는 주변 상인들의 소송과 승용차 이용자들의 시위가 잇따랐다. 하지만 버스중앙차로제, 굴절버스 도입 등 버스시스템을 개혁, 보행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어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거듭났다. 꽃의 거리에는 관광객이 넘치고, 도심 상권도 활기를 되찾았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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