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빈 하늘에 편지를 쓰고 있다
상강, 찬 하늘에 젖은 날개로 쓴
절절한 돋을새김의 글
혹시 본 적 있는지
길 없는 길을 찾아 허공을 가르며
어두운 천공에 새기는 뜨거운 육필 원고
내게는 허방이구나
못 읽겠다, 그 마음
세상의 슬픔은 죄다 어둠 속에 잦아들고
모서리 진 마음도 둥글게 허물어지는 시간
하늘 끝
어둠별 홀로
안부를 묻고 있다
오늘이 상강입니다. 입추가 엊그제 같은데 그새 백로·한로가 지났군요. 이제 질 것은 지고 익을 것은 또 제대로들 익어가곤 할 테지요. 이즈음 곁을 줄 꽃은 오직 국화뿐. 굳이 오상고절이 아니더라도, 저 창가에 어리는 수묵의 그늘을 어이 견디랍니까.
24절후를 나타내는 말은 제가끔 한 편씩의 시를 물고 있다는 생각인데요. 상강에는 역시 찬 하늘의 돋을새김이 제격입니다. 새들이 젖은 날개로 쓴 글. 그러니까 그 글은 천공에 새긴 '육필 원고'인 셈이지요. 세상의 슬픔으로는 못 읽고, 자칫 허방을 치기 십상인 글.
뒤미처 입동·소설로 치닫겠지요. 1년을 하루로 치면 남은 계절은 밤입니다. 밤의 어둠 속에선 웬만큼 모가 난 마음도 둥글어지는 법. 서녘에 홀로 뜬 '어둠별'이 새벽이면 동쪽 하늘로 가 '샛별'이 됩니다.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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