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몽골 신부와 결혼한 경북의 늦깎이 신랑 김모(42)씨는 요즘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아내를 찾고 있다. 아내는 여섯달 전 '몽골에 돌아간다'는 말만 남긴 채 집을 나갔다. 친정집에 수소문해봤지만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뿐, 행방이 묘연했다. 김씨는 "공항에서 곧 비행기를 탄다고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았지만 그 시각에 몽골로 출발한 비행편이 없었다"며 "수소문 끝에 아내가 경기도 한 공단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정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한국 국적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체류등록 기간도 만료돼 불법체류자가 됐다.
결혼이주여성들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이 22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결혼이민자 불법체류 및 출국 현황'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100명 중 8명이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 10만4천290명 중 7.8%에 달하는 8천137명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 결혼이주여성 불법체류자는 ▷2004년 3천249명에서 ▷2005년 4천359명 ▷2006년 5천937명 ▷2007년 7천323명 ▷2008년 6월 말 8천137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국적법에 따라 보통 이주 2년 후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기간을 채우지 못한채 이혼, 가출 등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혼율 급증이다. 경북도의 경우도 2004년 75건이었던 이혼건수가 2005년 117건, 2006년에는 228건으로 증가했고 2007년에는 모두 200여쌍이 파국을 맞았다. 전국 결혼이주여성 이혼건수는 2004년 1천611건에서 지난해에는 5천794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국제 결혼을 희망하는 여성들은 보통 결혼 브로커에게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주고 결혼 후에도 이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불법 체류자의 길을 선택하는 사례도 많다.
2년 전 베트남에서 경북의 한 시골마을로 시집온 결혼이주여성 A(23)씨.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결혼생활은 6개월 만에 파행을 맞았다. 결혼 전 결혼소개업체로부터 들었던 것과는 달리 남편은 아들까지 있는 재혼남이었고 술만 마시면 주먹을 휘두르기 일쑤였다. 견디다 못한 A씨는 급기야 집을 뛰쳐 나왔다. 하지만 시집올 때 쓴 빚 200만원 때문에 고향에 돌아갈 수도 없다. 현재 그는 고향에서 진 빚을 갚기 위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역의 한 공단에서 일을 하고 있다. A씨는 "체류기간을 연장하려면 한국 국적을 가진 가족의 보증이 있어야 한다"며 고개를 떨궜다.
구미시결혼이민자지원센터 장흔성 소장은 "자국에서 고리의 사채를 얻어 결혼 비용을 마련한 결혼이주여성들은 결혼생활에 실패할 경우 불법체류자로 한국에 남아 돈을 버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임 의원은 "이혼한 외국인 여성들이 귀화 혹은 체류자격 변경을 희망할 경우 신속하고 실질적인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무료통역 및 법률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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