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니아와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터키의 고대도시 '에페스'

이스탄불·파묵칼레·카파도키아·안탈랴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와 휴양지를 두고 있는 터키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으라면 수 천년에 이르는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고대도시 '에페스'라 할 수 있다.

그리스신화와 로마의 영웅을 이야기 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터키는 그리스와 로마 역사의 한 부분이다. 이런 터키 여행에 있어서 에페스는 그리스와 로마 유적지 중 최고로 꼽히는 곳이다.

에게해 연안에 위치한 에페스는 신약성서에도 나오는 유서 깊은 도시로 항구가 인접해 BC 620년경부터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로 번영했던 곳이며 이 시기에 아르테미스 여신을 숭배하면서 세워진 '고대 7대 불가사의'이기도 한 아르테미스 신전은 소아시아로부터 그리스에 이르는 다양한 순례자들의 발걸음을 향하게 했다.

BC 7~6세기 에페스는 최성기를 누렸으나 BC 6세기 후반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으면서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BC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을 계기로 페르시아가 물러나고 BC 2세기 로마시대로 접어들면서 에페스는 25만명에 달하는 인구를 지닌 아시아 최대 도시로 성장하며 화려했던 옛 영화를 다시 찾게 된다. 이 시기 동안 이곳에서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교를 전파했으며, 사도 요한은 마리아와 함께 여생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스도교가 퍼지면서 아르테미스 신전에 쓰였던 돌들은 이스탄불에 자리한 아야소피아성당과 성요한교회를 짓는데 쓰였고, 이로 인해 아르테미스 신전은 복구가 불가능하게 됐다.

이렇게 화려했던 에페스는 7세기경 도시를 바다와 먼 아야술록(현재의 셀축)으로 옮김으로써 자연스레 무역과 상업이 쇄락의 길을 걸으면서 역사 속에 묻히게 된다.

에페스는 고대유적 도시로 옛 거리를 따라 많은 유적들이 있어 여유롭게 시간을 가지고 둘러보는 것이 좋다. 많은 유적들 중 대표적인 볼거리로는 원형극장, 쿠레티 거리, 켈수스 도서관을 꼽을 수 있다.

헬레니즘시대에 지어진 2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총높이 18미터의 웅장함을 자랑하는 원형극장은 연극이나 회의장으로 사용됐으며 로마시대 말기에는 검투사가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규모가 큰 원형극장이지만 중앙 홀에서 큰 소리로 말하지 않더라도 관람석 구석구석 잘 들리는 것을 보면 고대의 건축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

헤라클레스 문부터 켈수스 도서관까지 이어지는 쿠레티 거리 양쪽에는 기둥들과 에페스의 중요한 인물들의 조각상들이 늘어서 있으며 공중화장실, 목욕탕, 트라이안 분수, 하드리안 신전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드리안 신전은 하드리안 황제에게 바쳐진 신전으로 에페스 건립에 관한 설화가 조각돼 있다. 공중화장실은 50명이 동시에 볼일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앞부분이 뚫려 있다. 앞 구멍으로 시중들이 흐르는 수도를 이용해 깨끗하게 뒤처리를 해주었다고 한다. 칸막이가 없어서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민망한 곳이기도 하지만 고대인들의 화장실 문화를 느껴 볼 수 있는 곳이다.

원형극장과 함께 에페스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사로잡는 켈수스도서관은 2세기 초 줄리어스 아퀼라가 로마제국의 소아시아 집정관이었던 그의 아버지 줄리어스 켈수스를 위해 지은 건물로 약 1만2천권의 책을 비치하고 있다. 건물의 아름다움만을 놓고 본다면 에페스 유적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곳으로 정면에 각각 지혜·미덕·지성·지식을 상징 네 여자의 동상이 있다.

고대 유적도시 에페스는 찬란한 역사 만큼이나 볼거리가 풍부한 곳으로 옛 도로를 따라 늘어선 유적들을 천천히 감상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화려했던 고대의 에페소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욱

[여행 TIP]

에페스에서는 숙소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3Km 정도 떨어진 셀축에 숙소를 잡는다. 하지만 셀축에서 에페스로 가는 버스편이 없기 때문에 택시나 숙소에서 제공하는 무료 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 에페스로 가기 전 터키의 대표 맥주인 에페스를 사가지고 간다면 고대도시 에페스에서 현대의 에페스 맥주를 마셔보는 또다른 즐거움을 맛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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