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마이크로 크레딧' 존립 걱정할 처지로

"경기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입니다. 종자돈이 영 모이질 않네요."

'가난을 담보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돈을 빌려주겠다'며 지난해 희망차게 문을 연 '작은 은행(대구경북 마이크로 크레딧)'이 휘청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서민을 위한 '복지대출'로 자리잡은 마이크로 크레딧 운동이 서울, 경남 창원에 이어 대구에서 출범됐지만 자금 부족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 중구 약전골목에 사무실을 낸 '작은 은행'은 아직까지 대출은커녕 자금 부족으로 고전하는 형편이다.

'작은 은행'은 애초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창업자금 대출은 물론 이들의 사업을 본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세무·법률·경영 컨설팅도 할 계획이었다. 또 지난해 6월 휴면예금법이 국회재정경제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은행과 보험사에서 잠자고 있는 8천700억 원의 휴면예금(저축을 한 후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는 예금)을 재원으로 마이크로 크레딧 운동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지부진해지면서 힘이 빠져있다.

창립발기인으로 참가한 한 인사는 "정작 실적이 없는 상황이다보니 지역 기업들의 기부가 없는 것 같다"며 "현재 갖고 있는 돈은 적은 액수지만 첫 단추를 빨리 꿸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작은 은행'측이 지난해 모은 돈은 2천여만원. 이중 1천600만원 가량이 부대비용으로 사용됐고 지금은 400여만원 정도 남아있는 상태. 올초 회원모집과 기부금 모금을 통해 8천만원 상당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작은 은행'의 관계자는 "종자돈 마련보다 적은 액수로라도 '복지 대출'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데 회원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원활한 활동을 위해 법인화가 필요하지만 쉽잖다"고 했다. '작은 은행'은 지난 5월 보건복지가족부에 사단법인 인가를 신청했지만, 정부가 '유사단체 범람 우려'라며 난색을 표하면서 암초에 부딪혔다.

재단법인이 되기 위해서는 종자돈이 필요하지만 수억원을 마련하기란 쉽잖은 형편. 5년 이상 마이크로 크레딧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의 '아름다운 재단'과 '신나는 노조', '사회연대은행'의 경우 기업체 후원 등을 통해 많게는 100억원대의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작은 은행' 관계자는 "조만간 총회를 열어 소액을 빌려주는 '복지 대출'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마이크로 크레딧

'작다'라는 뜻의 마이크로(micro)와 '신용'을 뜻하는 크레딧(credit)이 결합한 말로 '소액 신용대출'을 뜻한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신용불량자와 실업자, 빈민층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 자활을 돕자는 것. 2006년 8월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 유누스 총재가 노벨평화상을 타면서 한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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