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쩐'의 전쟁엔 友邦도 없다

'한국 금융위기' 낭설 퍼트리는 국제 금융재벌들 음모 경계해야

서브프라임 후폭풍 속에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면서 '쩐(錢'전)'의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 곤두박질치는 주가, 그 와중에 금세 무너질 것 같이 한국의 경제를 제2 IMF 위기론으로 깎아내리고 흔드는 일부 미국의 언론들. 이 심상찮은 징후들은 단순한 경제 흐름의 일시적 증상인가 아니면 조종에 의해 기획된 프로그램일까. 의도된 머니게임이라면 거대한 쩐의 전쟁 뒤에 숨어 있는 '타짜'는 누구인가?

거대한 세계 경제 시스템이 흔들거릴 정도의 타격을 가하려면 그 타짜의 몸집과 手(수)도 가공할 수준이어야 한다.

세계 최고 부호로 알고 있는 빌 게이츠의 자산은 500억 달러, 그 정도로는 세계 각국의 증권시장에 끼칠 수 있는 타격은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다. 숨은 큰손은 따로 있다. 이른바 국제금융재벌들이다.

나폴레옹 시대에 창업된 로스차일드 금융재벌 그룹 경우 빌 게이츠의 100배인 5조 달러 자산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른바 국제금융재벌의 원조다.

그들은 워털루 전쟁 때 방대하고 치밀한 그룹 조직을 통한 정보로 영국의 승리를 예견하고도 주식거래소에서는 거꾸로 영국 국채를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로스차일드가 영국 국채를 대량 매도하자 순식간에 영국이 패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영국 국채 값이 액면가의 5%도 안 되는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그러자 로스차일드는 기다렸다는 듯 종이값이 된 국채를 싹쓸이하듯 되모았고 영국 경제를 손아귀에 넣었다. 180년 전 수법은 아직도 그대로다.

국제금융재벌들이 전쟁을 부추긴 뒤 전쟁자금을 고리로 대출해주고 배를 불리거나 그런 전쟁 돈 장사에 제동을 거는 정치지도자는 암살한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금융재벌 이익을 위협하는 정부화폐를 발행한 링컨과 銀(은)증서 발행을 시도한 케네디의 암살, 2차 세계대전의 연장설, 미국 월가의 자금이 히틀러 나치정권에 지원됐다는 주장들이 그런 것들이다.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의 고통을 겪은 일본 또한 국제금융재벌들의 '일본금융 습격'에 어리석게 당한 경우다.

1987년 뉴욕증시 붕괴 후 미국이 일본 총리에게 금리인하 압력을 가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은행 단기 대출로 증시와 부동산 투자를 했고 거품이 일자 국제금융재벌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른바 '주가지수 풋옵션'이란 당시 일본에선 듣도 보도 못한 금융파생상품 무기를 개발, 일격을 가했다. 주식지수가 올라가면 일본 주식 투자자가 이익을 보고 떨어지면 미국이 돈을 먹는 간단해 보이는 키코와 유사한 미끼 상품이었다.

일본증시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품 환상에 빠져있던 일본 기관 투자가들은 미국이 미친 녀석들 아닌가라며 희희낙락 미끼를 물었다.

닛케이지수 고공행진이 정점에서 멈추자 골드만삭스 등은 즉각 '닛케이지수 풀 워런트'란 치명적인 제2탄 상품을 만들어 풀었다.

일본증시는 맥없이 추락했다. 풋옵션에 투자한 일본은 두 곱 세 곱으로 나가떨어졌다. 이른바 그들 금융계에서 말하는 살찌길 기다렸다 껍질만 벗겨 먹는 '양털 깎기' 수법이었다.

금융재벌의 입김 아래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일부 미국언론이 한국이 또 IMF를 겪을 듯이 국가 신용을 깎아내리는 오보를 내고 있는 것도 금융재벌의 '양털 깎기' 작전의 바람잡기일 수도 있다는 경계가 필요하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지난 10년 새 겨우 돋아난 털마저 깎이고 찬 겨울 바람 앞에 알몸으로 내몰릴지 모른다. 정부 경제정책은 우왕좌왕 땜질처방이 아닌 국제 타짜의 수법을 간파해가며 대응하는 수준 높은 큰 전략이 나와야 하고 기업과 은행도 허욕을 버려야 한다.

'키코' 같은 것도 다 황당한 과욕이 자초한 재앙이다. 금융재벌에 시달린 나폴레옹도 '돈에는 조국이 없다. 그들에겐 애국도 고상함도 없고 이익만이 목적이다'고 했다.

냉엄하고 잔인한 지구촌 '쩐의 전쟁'엔 友邦(우방)이란 없다. 스스로 지혜로 대비하고 허황된 미끼를 물지 않아야 도마 위의 물고기 신세가 되지 않는다.

金廷吉 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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