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국내 골프 상금 1위를 달리고 있는 배상문(캘러웨이)은 대구 출신의 경상도 사나이답게 다혈질이다. 이러한 그의 성격은 샷이 흐트러지거나 플레이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종종 플레이를 망치기도 한다. 그러나 올 들어 배상문은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부터 볼이 떨어지는 곳까지 머릿속에 좋은 결과를 그리는 심상 훈련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보기나 더블 보기를 범해 다음 플레이에 집중하기 힘든 순간에도 그는 다시 마음을 추스려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게 됐다. 올 시즌 개막전인 KEB-인비테이셔널 대회와 이달 초 열린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톱 10에 5차례 드는 등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아 '멘털 스포츠'로도 불리는 골프는 마음을 잘 다스려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스포츠 종목이 승부 근성을 중요시하는데 비해 골프는 승부 근성 만으로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골프는 상대와의 긴장 속에서 형성되는 경기 리듬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죽은 공을 쳐내면서 혼자 경기 리듬을 유지하는 스포츠이므로 흥분해 경기 리듬을 잃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선수들은 마음의 평정과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저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빨리 잊어버리기 위해 속으로 노래를 부른다거나 가장 맘에 드는 샷을 떠올린다. 또 경기와 상관없는 영화의 아름다운 장면을 생각하거나 심호흡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는다. 경기가 없는 기간에도 요가, 명상을 하거나 종교 생활에 열성을 기울인다. 또 노숙자를 위한 급식에 나서는 등 봉사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수양하기도 한다. '지존'으로 통하는 신지애가 실수 후에도 미소를 짓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마음도 잘 다스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반 골퍼들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 소홀한 편. 물만 만나면 위축돼 빠지는 징크스가 생기거나 때때로 라운딩 동반자의 자극적인 언사에 흥분해 실수하는 등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즐겁게 쳤니?'라고 묻기보다 '몇 개 쳤니?'라고 묻는 등 골프 이론이나 매너 등을 소홀히 한 채 기능적인 면에 치중하는 풍토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심영수 경북골프협회 전무이사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선 라운딩 도중 자신의 리듬에 맞춰 걷는 속도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며 "예절도 잘 지켜야 심리적인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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