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3일 한나라당의 대구지역 의원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다.
국정감사가 끝난 후 상임위별로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역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지역의원들이 자주 머리를 맞대고 만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바람직한 일이다.
경북지역 의원들은 당분간 만날 예정이 없다고 한다. 어느 정도 예산안이 확보된 상태기 때문에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바쁜(?) 의원들의 일정을 감안, 따로 모임을 주선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희수 한나라당 도당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위기를 빌미로 수도권에 대한 공장설립규제를 철폐하겠다며 사실상 국가균형발전정책을 파기한 사태가 벌어졌는 데도 시·도당 등 지역정치권 차원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균형발전정책폐기보다 더 큰 지역현안은 없다는 것이 지역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지역 의원들의 이 같은 자세는 실망스럽다는 것이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생각이다.
과거처럼 단합된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14대 국회 이후 대구와 경북의원들이 공식적으로 자리를 같이한 경우는 없다. 고(故) 김윤환 의원 등 중진정치인이 버티고 있을 때 대구경북은 주목을 받았다. 그들은 수시로 지역의원들을 불러모으는 방식으로 대구경북의 단합된 모습을 과시하곤 했다. 그러나 그들이 물러난 이후 지역 정치권은 '낙동강 모래알' 신세로 전락했다.
대구는 대구대로, 경북은 경북대로, 또 언제부터인가 친이와 친박으로 계파까지 갈라지면서 서로 자리를 같이하는 것이 서먹서먹하기까지 하다. 지난 10년간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이래 지역 정가는 한나라당이 지배하게 됐지만 힘은 가장 약해졌다. 당대표와 주요 당직을 맡을 만한 정치인이 전무하다.
이런 상황인 데도 대구와 경북은 여전히 따로따로 논다. '막후실세'로 불리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지역정치권에 버티고 있다지만 그는 지역좌장으로서의 역할을 맡으려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표도 지난 대선 경선 이후 정치현안에서 한발짝 물러서 있겠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한마디로 구심점도 없고 구심점이 되려는 사람도 없다.
지역의원들은 대구경북의원들이 자주 만나서 힘을 합치라는 지적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귀찮다는 반응을 보인다. 나 혼자서라도 다음 선거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이 우선이지 거창하게 대구경북의 미래 따위를 챙길 필요가 있느냐는 식과 다를 바 없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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