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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너그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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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 여성단체협의회가 배우 문근영에게 굴비 선물을 했다 하여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남몰래 좋은 일을 해온 것이 최근 밝혀지면서 엉뚱한 구설수에 시달리는 그녀에게 "악플'색깔론에 굴하지 말고 떳떳하라"는 격려 편지와 함께 굴비 한 두름을 보냈다는 것이다. 원래 '굴비'의 어원은 고려 이자겸의 난의 주인공 이자겸이 영광에서 귀양살이할 때 소금에 절인 조기를 맛본 뒤 임금에게 진상하면서 임금에 대한 충정과 자신의 뜻만큼은 굽히지 않겠다(屈非)는 의미로 붙인 데서 유래됐다 한다. 어린 여배우의 선행을 감싸며 용기를 북돋우는 여협 측의 재치가 인상적이다.

물론 이번 악플 소동은 일부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또한 우리 사회가 자기 아닌 타인에 대해서는 얼마나 빡빡하고 까칠까칠한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선행은 선행 그 자체로 봐주어야 함에도 왜 느닷없이 외할아버지의 사상적 전력을 끌어다 붙여 왈가왈부하는 것인지….

약간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대선 맞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차기 국무장관에 내정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포용력이 새삼 돋보인다. 선거 과정에서 오바마의 속을 가장 끓게 만들었던 장본인이 바로 힐러리가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오바마는 능력과 자질을 들어 외교 수장직에 최대 라이벌을 기용했다. 얼마 전 우리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을 뻔했다. 하지만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큰 포용과 그로 인한 큰 감동은 정적 간 불화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너그러움과 포용은 결국 같은 의미다. 또한 여기엔 흔히 '용서'라는 과정이 녹아 있다. 상대방의 잘못이나 섭섭함 등 여러 감정의 응어리들을 녹여버린 뒤에라야 너그럽게 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용서라는 게 결코 쉽지 않은 단계다. 작은 용서, 큰 용서 모두가 자존심이라는 돌멩이에 곧잘 걸려 넘어지곤 하는 것이 우리다. 오죽하면 법정 스님 같은 구도자도 "용서는 가장 큰 마음의 수행"이라 했을까.

그런 점에서 앞으로 4년간 '불편한 동거'를 각오하고서라도 적수를 자신의 가장 가까이에 두려는 오바마의 결단이 참 대단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문근영의 기부 역시 그 개인의 선행 그 자체만 아름답게 봐줄 수 있는 넉넉하고 너그러운 시선들이 많아졌으면 싶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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