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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다보탑 해체 수리' 80년만의 대역사

천년 고도 경주. 옛 신라인들은 이곳에 과거·현재·미래의 부처가 사는 이상향인 정토(淨土)를 구현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곳곳에 예술작품으로 남겼다. 이를 대표하는 문화재가 바로 불국사(佛國寺). 그리고 불국사에서 대표적인 건축물이 바로 다보탑과 삼층석탑(석가탑)이다. 다보탑은 건축학적으로 '이형(異形) 석탑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석탑이면서 목조건축의 복잡한 구조를 참신한 발상으로 응용한 건축물로 8세기 통일신라 석조미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런 다보탑이 다시 한 번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내년 12월까지 진행되는 수리 과정이 일반에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그 작업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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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더 가깝게 바라본 다보탑

전체 높이 10.4m의 다보탑이 건축 현장에서나 보던 비계로 둘러싸였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산하 경주석탑 보수정비사업단 연구원들이 본격적으로 다보탑을 수리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이다. 비계는 내·외부 이중 구조로 돼 있다. 다보탑을 에워싼 내부 구조물 밖으로 관람객용 통행 계단을 설치한 외부 구조물이 하나 더 있다. 외부 구조물에는 노란색 바탕에 한문이 쓰여진 가림막이 있다. 다보탑 하층부 돌기둥에 적힌 묵서(墨書)의 글이다. 내부 흰 천에는 다보탑의 사진과 수리 현황·개요 등이 적혀 있다. 다보탑 수리 내용을 관람객과 공유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배병선(48) 단장은 "노란 포장지를 풀어 안에 흰 박스를 열면 선물이 나오는 식으로 설치했다"고 의미를 알려줬다.

일생에 문화재 수리 현장 한 번 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국사를 찾는 이들에겐 수리 현장 공개가 큰 선물인 셈이다. 철계단을 올라 2층에 가니 투명 플라스틱을 통해 다보탑 상층부가 보였다.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하층부 옥개석(석탑 위에 지붕처럼 덮는 돌) 위를 볼 수 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부분이다. 1925년에 이어 80여년 만에 대보수라니 언제 다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을까. 감개무량하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렇지도 않다. 1천200여년의 세월을 이겨낸 다보탑은 곳곳이 병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한 발짝 더 가깝게 바라본 다보탑은 그 크기 만큼이나 병세도 심각해 보였다.

◆자연·인공적인 훼손 심각해

부재 표면에 자라고 있는 이끼. 심한 곳은 이미 검은색으로 변해 버렸다. 풍화에 시달린 곳은 툭 치면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처럼 약해졌다. 1920년대와 70년대 2차례 보수를 하면서 덕지덕지 바른 시멘트 모르타르도 눈을 찌푸리게 했다. 이태종 연구원은 "부재 내·외부 모르타르 함량이 다른 경우도 있다"며 심각성을 전했다. 배 단장이 "당시에는 이 정도 기술밖에 안 돼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충분한 연구와 논의없이 급하게 처리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비록 늦었지만 1년 이상 공을 들여 제대로 새 단장을 하게 된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하층부 옥개석 난간 안쪽에 100원짜리 동전이 보였다. 불심을 바라는 관람객이 던진 것이다. 현장 연구원들에 물으니 10원짜리로만 7만원 넘게 나왔단다. 원화는 물론이고 일본 동전, 아랍 동전도 있었다고 했다. 국가도 종교도 다르지만 부처님의 자비를 비는 중생의 마음은 매 한가지였나 보다. 상륜부의 상태도 다르지 않았다. 과거 수리 때 새롭게 교체된 부재는 색깔도 달랐다. 교체한 부재를 접착시키기 위해 사용한 모르타르도 눈에 확연히 띄었다. 이끼도 너무 많이 끼어 지저분한데다 균열도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누더기 같아진 상층부는 모두 들어내서 수리해야만 한다. 배 단장은 "여러 문양을 넣다 보니 무른 부재를 썼는데, 1천200년 넘게 이 정도 버텨온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했다. 이젠 기적이 아니라 과학의 힘으로 다보탑의 아름다움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한 발짝 더 다가선 다보탑의 모습이 문화재 보존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동영상 장성혁 인턴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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