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때문에…저출산 큰일났다

▲ 4일 오후 대구시내 한 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새해에 태어난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4일 오후 대구시내 한 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새해에 태어난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경제난으로 자녀출산을 꺼리는 부부가 늘면서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조만간 대구경북에서 아이 울음소리 듣기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양육과 보육 문제로 기혼 부부들이 아이 갖기를 망설이는데다 구조조정과 가계적자 등 불투명한 경제사정도 출산기피를 부추기고 있다. 젊은이들의 결혼·출산기피도 심각한 수준이다.

◆양육에 경제부담… '아이 낳기 겁나요'=2006년 12월에 결혼한 김모(30)씨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다. 결혼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자녀 출산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맞벌이인 김씨 부부는 마땅히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 김씨는 "어머니가 몸이 편찮으셔서 아이들 돌볼 형편이 못되고 장모도 계시지 않아 아이를 낳으면 아내가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데, 갚아야할 대출금 등으로 직장을 그만둘 형편도 못돼 아이 갖기는 당분간 미뤄둔 상황"이라고 했다.

해마다 지역에서 아이를 낳는 가정이 급격히 줄고 있다(표 참조). 지난해 1~11월 대구에서 접수된 출생신고는 1만9천306명으로 2007년 2만2천169명보다 2천명 넘게 줄어들었다. 10여년 전인 1995년 3만8천699명보다 절반 이상 감소해 저출산이 심각한 수준이다. 경북도 같은 기간 출생신고 접수는 2만2천941명. 2007년보다 2천명 이상, 외환위기때인 1998년보다도 1만2천명가량 줄었다.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력 때문이다. 대구시가 지난해 8월 대구의 임산부 및 양육모 730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7.5%가 '출산기피' 이유로 보육·교육 등 자녀양육비용 부담 때문이라고 답했다. 고용 및 소득불안정(27.4%), 일과 가정의 양립곤란(7.1%),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4.8%)도 이유로 꼽았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경북도가 지난해 10월 대학생 334명을 대상으로 한 '결혼·출산의식조사'에서 대학생의 23%가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답했고 '안 하는 게 좋다'고 답한 대학생도 9.3%가 됐다. 자녀출산과 관련해서는 15.6%가 '자녀출산은 상관없다'고 답했고, 46.1%는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해 대학생 10명 중 6명은 '무(無)자식'이나, 자녀출산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출산전망은 더욱 어둡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중기 출산율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불황 여파로 내년이면 우리나라 출산율이 사상 최초로 0명 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사연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일 경우 2010년 출산율을 1.08%, 1%일 경우는 0.85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불황 영향이 당장 내년부터 미치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저출산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이 좀 낳아주세요." 지자체마다 고심=지자체마다 각종 출산장려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될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둘째 이상을 낳는 가정에 '출산 축하금'으로 20만원을 지원한다. 당초에는 셋째 이상에만 50만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확대했다. 예산도 지난해 54억원에서 올해는 84억원으로 30억원을 증액했다.

구·군청도 팔을 걷어붙였다. 수성구청은 임산부 야간 건강교실, 산모육아용품 무료 대여사업에 올해부터는 결혼전 여성 건강검진비(1인당 3만원. 전체 300만원)를 지원하고 대구시, 타 구·군과 함께 출산양육금 지원 관련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다.

중구청도 지난해 7월부터 셋째아이를 낳을 경우 출산 축하금으로 100만원을 지급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둘째 출산 축하금(30만원)도 계획 중이다. 북구청은 저소득층 임산부에게 출산 후 2주간 사후조리 가정방문 지원을 하고 셋째 이후 자녀가 보육시설에 있을 경우 만2세까지 월 20만원 한도 내의 보육료를 지원한다.

경북의 사정은 더욱 긴박하다. 봉화군은 모든 출생아에 대해 50만원을 지원하는 것도 부족해 첫째는 월 7만원, 둘째 월 10만원, 셋째 월 20만원씩 5년간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다른 시·도들도 각종 혜택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대구시 권덕환 저출산고령사회 담당은 "출산율 저하는 노동인구 감소로 이어져 지역경제기반을 약화시키고, 노인부양비가 급증하는 등 고령화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며 "각종 혜택과 장려책으로 출산장려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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