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부자들, 2009년 재테크는?

금융컨설턴트에 들어본 투자 전망

지난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주식시장을 강타, 주식형펀드가 반토막이 나면서 투자자들이 크나큰 고통을 받았다. 이 같은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위기로 옮겨가면서 부동산시장도 깊은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부자들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고, 부자들은 가만히 있어도 돈을 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오히려 지금껏 손해를 본 자신의 재테크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군중심리에 휩쓸려 오히려 거꾸로 투자를 하지는 않았는가? 지역의 금융컨설팅 전문가들을 통해 현재 대구 부자들이 갖고 있는 재테크 관심사와 올해 부동산 및 금융 투자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대구 부자들은 어떻게 투자하나?

거액자산가인 김모(47)씨는 요즘 정기예금 금리가 곤두박질치는 것을 보면서도 마음이 편하다. 지난해 10월 만기가 돌아온 정기예금 4억원을 연리 7.2%짜리 정기예금에 3년간 묻어두었기 때문.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각국 정부의 금리인하 정책으로 시중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간 묶어두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연 7.7%인 시중은행의 후순위채권에도 2억원을 묻어뒀다. 비록 5년간 자금이 묶이지만 저금리시대에 이만한 재테크가 없는데다 후순위채권은 지금처럼 위기가 아니면 가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보수적인 투자자로 정평이 난 김씨지만 최근에는 주식형펀드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주식시장의 전망도 어둡다. 하지만 김씨는 "이미 고점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들어가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낮지 않으냐"며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진흙 속에서 진주를 캘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동시에 상속세를 아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결국 김씨는 자녀 두명에게 각각 1억원씩 증여를 해 주식형펀드에 가입했다. 싼 가격에 주식을 사서 장기간 묻어두면 수익을 올릴 가능성도 높은데다 세금까지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

부동산 부자인 이모(53)씨는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금융위기로 오히려 요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좋은 물건이 급매물로 나오기 시작하자 부동산을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 이씨는 외환위기 때에도 부동산 투자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당시 아무도 살 엄두를 내지 못하던 땅을 3.3㎡(평)당 500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으로 샀는데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내렸다고 해도 1천5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물론 급매물이라고 무조건 잡지는 않는다. 전문가 조언을 받아 철저하게 사업성을 분석한 뒤 저평가됐다고 판단되는 순간 주저없이 사서 장기간 묻어둔다. 부동산 투자 적기는 올해라고 말하는 이씨는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매물이 싼 값에 넘쳐날 것"이라며 "특히 부동산 경기는 저점을 정확히 예측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동산을 싼 가격에 사서 장기투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파트에는 큰 관심을 주지 않는다.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분양가가 워낙 높았을 뿐만 아니라 높은 주택보급률, 고령화 등을 감안할 때 장기적인 고수익 수단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

유통업에 종사하는 윤모(52)씨는 부동산 30억원대, 현금 10억원대를 자랑하는 자산가. 기존 유통업을 통해 매월 안정적 고수입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입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덕분에 현재 건물, 상가, 토지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윤씨는 "현금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현금자산은 비교적 안전하고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올해는 아직 국내와 해외 부동산에 많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어서 섣부르게 투자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비교적 관망적인 입장에서 시장 분위기를 살피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정모(47)씨는 음식점과 대형 레스토랑을 여러 곳 운영하면서 부동산 50억원대, 현금 20억원대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은 사업을 위해서도 직접 적극 매입하여 자산을 늘리고 있으며, 현금자산은 주식이나 펀드 대신 안전한 은행 저축만 이용한다. 정씨는 "내년까지 경기 침체로 보지만 오히려 사업을 넓힐 기회"라며 "앞으로 부동산보다 금융투자 비중을 조금 늘리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처방을 내리나?

처음 위기 분석이 나온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는 확대될 위험이 상존하는 가운데 실물경제 침체 속도마저 가파르게 하강 진행 중이다. 세계 각국은 금리인하와 구제금융 실시 및 다양한 경기부양책 등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를 나타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특히 금융환경은 여러가지 호재와 악재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섣불리 시장을 예측하거나 시장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위험자산 규모를 축소하는 동시에 투자자의 개인별 성향에 맞는 자산배분의 기준, 즉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 허수복 부센터장은 "역사상 해결되지 않은 금융위기는 없었다"고 강조한다. 본격적인 경기침체로 올해 전망 역시 낙관하기 힘든 상황. 특히 올해 주식시장은 기업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크게 출렁거리며 등락을 거듭할 것이고, 부동산시장도 실물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허 부센터장은 "위기일수록 투자의 기본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며 "회복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울 뿐 언젠가는 지금의 위기도 극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예전처럼 군중심리에 휩쓸려 중국 펀드에 열광하다가 반토막의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을 되풀이해서는 결코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펀드에 투자해 물려있더라도 조바심을 내지 말고 시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장기적 시각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현금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는 템플턴이 했던 '비관이 최고조에 달할 때가 바로 투자를 시작할 때'라는 말이 적절하다. 시장의 혼란이 극에 달할 때가 '알짜'를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 실제로 부동산 10억원대에 금융자산만 20억원대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인 김모(45)씨는 철저한 영업마인드로 무장, 직업을 통해 많은 자산을 축적한 사례. 부동산은 주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투자하고, 주식과 펀드 등 투자상품은 직접 공부해가며 운용하고 있다. 김씨는 "금융시장이 바겐세일을 하고 있으며, 가격은 아직 더 내릴 수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시기가 문제일 뿐 결국 경기는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올해부터 주식 투자비중을 늘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2009년 시장의 테마는 '변동성'이다. 좋아지는 것을 너무 믿어도 안되고, 나빠지는 것을 너무 겁내도 안 된다는 의미. 주식시장은 기대를 주다가도 이내 두려움을 주는 모습을 올 상반기까지 보일 것이고,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갖가지 부양정책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재된 위험들 탓에 보다 길게 불황을 겪을 전망이다. 투자 기회를 3/4분기로 조언하는 위드VIP자산관리 노경우 본부장은 "지금까지 만난 부자들은 몇 번 성공한 투자로 돈을 모은 사람은 없었다"며 "이들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직업을 통해 부를 이끌어냈으며,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써 돈을 모으는 것이 가장 쉽고 현명한 재테크"라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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