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때문에 늙고 병든다고?"
산소도 동전처럼 양면성이 있다.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산소가 노화의 주범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산소로 숨을 쉬며 살아가는 생명체가 산소 때문에 늙는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믿거나 말거나 산소 연소 과정에서 생기는 '활성산소'가 세포를 노화시킨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산소의 독성 때문에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활성산소를 줄이고 막는다면 노화를 예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활성산소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활성산소를 줄일 수 있을까.
◆나쁜 산소, 활성(유해)산소
인체는 세포 내 에너지 생산 조직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를 연소하면서 체온 유지, 세포 활성, 육체 활동 등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한다. 그런데 산소가 대사과정에서 100% 연소되지 않을 경우 부산물이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생체 조직을 공격하고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다.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 중 1~5%가 활성산소로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활성산소는 호흡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 산소의 산화 과정에서 생성된 산화력이 강한 산소로, 호흡하는 산소와는 다른, 불안정한 상태의 산소로 보면 된다.
계명대 동산병원 김대현 가정의학과 교수는 "불완전 연소된 활성산소는 세포벽을 노화시켜 혈관질환을 일으키고, 이 때문에 인슐린 수용체를 인식하지 못해 당뇨 등 만성질환을 유발하며 암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활성산소는 마라톤 등 지나친 운동을 할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 많이 생긴다. 또 과식이나 환경오염, 화학물질 및 자외선, 혈액순환장애, 담배, 농약, 식품 첨가물 등으로도 활성산소가 과잉 생산돼 몸속에서 산화작용을 일으켜 세포막, DNA 등을 손상시킨다.
영남대병원 정승필 가정의학과 교수도 "활성산소가 세포막을 공격하면 세포의 구조가 바뀌기 때문에 암이나 피부 색소 침착, 백내장, 치매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치매 발생 가능성도 높인다
뇌 세포는 재생이 어려워 한번 파괴되면 대체가 쉽지 않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대부분 태어날 때의 뇌 세포로 일생을 산다. 그런데 인체 220종의 세포 중 특히 산화 스트레스에 약한 세포가 바로 뇌 세포다. 활성산소는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뇌 세포를 파괴, 치매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는 등 뇌에도 치명적이다. 뇌가 산화 스트레스에 약한 이유는 뇌 무게의 경우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호흡하는 산소 중 30%가 뇌 세포에 공급될 정도로 산소 소모량이 많아 그만큼 활성산소의 발생도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뇌에는 산화 스트레스에 잘 파괴되는 지방도 많다. 또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선 혈액 순환도 원활해야 하는데 혈관 내막의 세포가 산화 스트레스로 파괴되면서 뇌혈관에까지 문제가 생겨 치매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활성산소를 줄여라
활성산소를 줄이면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 활성산소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열량 제한, '적게 먹는 것'이다. 소식을 하면 불필요한 대사를 줄이고 당이나 단백질 대사 효소에 영향을 줘 노화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열량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신진대사를 항진시키는 데 열량을 연소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활성산소가 생성된다. 또 적게 먹으면 식품 첨가물이나 탄 음식 등의 섭취도 줄어 건강 장수에 도움이 된다.
금연도 노화 물질인 활성산소 생성을 막는 데 필수적이다. 담배 연기는 세포를 노화시키는 활성산소 역할을 하고 폐를 자극해 유해산소를 더욱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대기오염도 노화의 주범 중 하나로, 일산화탄소의 경우 직접적인 산화작용을 일으켜 세포를 노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지나친 운동과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도 활성산소를 줄여 노화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나친 운동은 평상시보다 10배나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활성산소 발생량도 그만큼 더 많아질 수밖에 없어 운동도 적당하게 하는 게 좋다.
◆항산화제로 활성산소 예방 및 제거
항산화제가 포함된 음식을 골고루 먹는 등의 식이요법으로도 활성산소를 예방·제거할 수 있다. 항산화제는 노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 발생을 예방하고 생성된 활성산소를 없애주며 손상된 세포를 회복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항산화제로는 베타카로틴, 비타민 C, E, 셀레늄 등이 있는데 이를 함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야채, 과일, 어패류, 녹차 등이 있다.
강력한 활성산소 제거제로 알려진 비타민 C는 열무나 풋고추, 피망, 시금치, 딸기, 오렌지, 귤 등에 많고, 비타민 E(토코페롤)는 곡류 배아나 짙은 녹색 야채, 조효소 Q는 정어리, 고등어, 시금치, 양파 등에 풍부하다. 또 베타카로틴(비타민 A)을 보충하려면 당근, 시금치, 달걀 노른자, 유제품, 동물의 간, 생선기름을 먹는 게 좋고, 셀레늄은 통밀빵, 새우·조개류, 동물의 간, 해조류, 생선, 플라보노이드는 과일 껍질, 녹차 등에 많다. 셀레늄이나 아연, 망간, 구리는 항산화 효소의 보조인자로 작용해 인체의 항산화력을 높여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강력한 항산화력을 나타내는 녹차의 경우 항암·노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카테킨 성분과 플라보노이드, 비타민C 등이 많고,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과 중금속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어 건강 장수 식품으로 불린다.
계명대 동산병원 김대현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이요법으로 부족할 경우 약이나 건강기능식품, 비타민 및 미네랄 등 항산화 보충제로 보충하는 방법도 있지만 반드시 과학적으로 입증되거나 안전한 약물 및 식이요법 보조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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