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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생현장과 겉도는 정부예산 조기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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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예산 조기집행 방침에 따라 대구 구청들이 올 한 해 쓸 사무용품을 한꺼번에 모두 사들이느라 애를 먹는다고 한다. 업무량이 몰려 힘들 뿐 아니라 엄청난 양의 물품을 쌓아 놓을 곳도 마땅찮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상부의 재촉 때문에 구청에 따라선 인건비와 사회복지비 지출을 조기집행의 사례로 집어넣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했다. 시중에 돈이 돌게 하는 것과 상관없는 서류상 실적 쌓기인 것이다. 머리로는 조기집행의 필요성을 인식하나 현장에선 그 수단을 알지 못해 빚어진 결과이다.

반면 실제 경기부양 효과가 큰 1천만 원 이상 규모의 사업 조기 발주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지원 요청이 폭증하는 분야가 적지 않으나 행정 일손이 부족해 돈을 풀지 못하는 경우도 곳곳에서 확인된다고 한다. 나날이 악화되는 시중 경제상황에 대처하기에 하루가 급한 데도 집행 인프라가 따라 주지 못해 생긴 현상들이다.

정부예산 조기집행이 곳곳에서 겉돌고 있다는 얘기다. 조기집행은 전에도 불황 때마다 여러 차례 반복돼 온 일이지만 지금껏 그에 필요한 실질적 인프라는 구축하지 못한 셈이다. "비상 국면인데도 공직사회엔 아직 절박한 의식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질책한 대통령의 답답함도 그래서 생긴 바일 것이다.

그러나 '생활경제 고통지수'가 외환위기 때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는 보기 힘든 위기 상황이다. 이번엔 현장 공무원들의 대처가 분명 전과 달라야 한다. 담당자들이 스스로 직장을 잃고 사업을 잃었다는 절박한 동감 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큰 사업들은 아직 준비가 안 돼 발주하지 못한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변명은 좋은 시절에나 통하던 소리이다. 피폐한 민생이 아우성치는 현장에 하루빨리 돈이 돌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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