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화재진압 현장에서 죽기 살기로 불과 싸우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화마를 보는 순간 튕기듯 달려드는 것은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자의 직업적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서울중부소방서 박종규 대원-
생과 사를 넘나들며 화마와 싸우는 최전방의 전사. 불을 보면 '본능처럼' 달려드는 소방관들은 자신의 안위는 일단 불을 끄고 나면 생각난다고 말한다. 바로 옆에서 동료의 비보가 전해져도 슬퍼할 겨를이 없고, 시민들의 비난 섞인 오해를 받아도 해명할 기회가 없다. 늘 긴장 속에 있다가 전쟁과 같은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사람들의 재산과 목숨을 구하기 위해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의 긴박한 현장을 밀착 취재한다.
취재진은 도심 속 전쟁터인 서울 중부소방서를 찾는다. 전국에서 비상 사이렌이 가장 자주 울린다는 이곳에서 화장실에서 양말을 빠는 팀장을 만난다. 하루에도 대여섯번씩 동료들 몰래 양말을 빠는 팀장은 수년 전 화재 진압 당시 입었던 화상으로 양 발의 땀구멍이 모두 파괴됐다. 서너 시간이면 양말이 축축하게 다 젖어 수시로 양말을 빨고 있는 것. 하지만 그는 신체의 상해 못지 않게 심리적 불안에도 시달리고 있다. 진화 당시 '살려달라'는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도 구해낼 수 없었던 죄책감이 그를 짓누른다.
매스컴에서 영웅처럼 묘사되기도 하는 소방관, 그러나 그들도 불이 두렵다. 처참한 광경을 일상적으로 접해야 하는 소방관이기에 그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 소방관들에게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충격적인 경험을 한 후 나타나는 불안장애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처참한 현장일수록 연차가 낮은 대원들은 투입되지 않는다.
동료 다섯명을 화재 현장에서 떠나보낸 박 반장. 어제까지 함께 일하던 동료들의 죽음 후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들었다. 연이어 목격한 사고 현장의 처참한 시신 모습은 그가 한동안 공포와 불안감 때문에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게 만들었다. 25일 오후 11시 30분 KBS1 TV를 통해 그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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