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시세 3.3㎡(1평)에 400만~500만원 정도, 1만㎡에 이르는 대구기상대(동구 신암1동). 이전시 150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기상대 내 기상관측 컴퓨터, 황사측정장비 등 고가 장비는 40억~50억원. 100억원에 이르는 청송 면봉산 레이더, 20억원에 달하는 윈드프로파일러(바람측정 장비) 등 측정장비를 모두 합하면 300억~4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단지 계산 가능한 돈일 뿐이다.
이 물리적 장비들을 토대로 대구기상대가 지역민들에게 주는 날씨 정보는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하다. 날씨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는 직업을 갖고 있는 지역민이 수십만명에 이른다. 날씨와 관련된 산업 종사자뿐 아니라 경북 대부분 지역 농민들은 날씨에 귀를 쫑긋 세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주말이면 수많은 인파들이 산으로 들로 바다로 간다. 날씨 예보가 없다면? 기상대 직원들이 하루하루 정확한 예보를 위해 온 세포를 집중시키는 이유다. 기상대 이전이 확정된 시점에서 지난달 30일 기상대 식구들을 만나 이들의 애환과 기상장비의 역할 등을 들어봤다.
◆기상예보 이렇게 해요. '이해되죠'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기상대 내 기후예보 현업실. 박광오 예보관이 대형TV와 함께 컴퓨터 4개의 모니터를 켜놓고 기상변화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는 실시간으로 떠오르는 관내 기온변화를 확인하면서 매시간 단위로 이를 기상청 본청에 보내주며 자료를 공유한다. 대구기상대 날씨 자료는 종합통신망 시스템에 내장돼 광통신으로 기상청 본청이나 타 지방기상청·기상대와 연결된다.
컴퓨터 화면에는 기상청 슈퍼컴퓨터에서 보내주는 전국 기상도와 기온분포도가 떠있으며, 구름의 상황변화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청송 면봉산 레이더에서는 지역 기상도를 점검해 보내주고 있고, 해발 고도별로 설치된 지역의 프로파일러 5개는 바람의 세기를 측정해 보내준다. 수십대에 이르는 자동관측장비는 각 지역별로 자세한 날씨를 기상대로 전송해준다. 기상대 옥상의 황사 측정장비로 중국에서 불어온 황사가 대구에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유무를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기상대 당직자들은 하루에 세 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지역의 기후예보를 어떻게 할지 논의한다. 예보업무를 하는 도중에 왔던 날씨에 관한 문의 및 항의전화는 지난해 말부터 콜센터로 넘어갔다. 이 때문에 업무 스트레스는 많이 줄어든 편.
박 예보관은 "매일 예보관과 예보사 당직조가 기상대장과 회의를 해가며 그날 그날 날씨를 분석하고 알려준다"며 "디지털 첨단장비들이 발달하면서 예전에 수작업으로 하던 것이 모두 전산화돼 이를 잘 분석만 하면 예보의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작지만 강한 조직 '식구는 16명'
기상대 식구는 축구팀(11명)과 농구팀(5명)을 합친 16명이다. 먼저 기상대 수장인 김동한 기상대장(서기관) 아래 방재 및 기상업무를 총괄하는 박광오·김승관·장용화·정원조 예보관(사무관)이 있다. 그리고 동네예보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윤동건·박소영·박미정·조혜림·정은옥·김진형 예보사가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호흡이 척척 맞는 이들 예보사들은 기혼 셋, 미혼 셋이다.
더불어 기상장비 관리 및 기상관측 표준화 업무를 하는 황진상 담당자, 자동날씨시스템(AWS) 위탁관측 업무를 맡고 있는 고봉준 담당장, 행정·홍보업무 및 부서평가 관리를 하는 한성민 담당자,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이성은 담당자, 민원접수대를 지키고 있는 채아진 담당자 등이 행정 및 기술적인 문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적은 식구지만 볼링, 당구, 등산 등 소모임도 있다. 봄 가을이면 단합대회도 연다. 지난해 가을에는 주왕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기상대 내 분위기 메이커로는 박소영 예보사가 꼽힌다. 이 대장은 "고생하는 이들에게 제가 밥도 자주 사고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위해 애쓴다"고 말했다.
◆오보로 인한 거친 항의 '속 탄다'
대구에서 여름철 오보 때는 그야말로 '식겁'을 한다. 갑작스레 비가 와 장사를 망치거나, 비가 온다고 해 행사를 취소했는데 비가 안 와 화가 치민 이들이 기상대로 전화한다. 명백한 오보 때는 하루에 수십통씩 온다.
이들은 전화도 잘 끊지 않는다. 화가 풀릴 때까지 욕을 하거나 고함을 고래고래 지른다. 그래도 기상대 직원들은 참아야 한다. 같이 욕할 수도 없는 노릇. 특히 중앙기상청에 매시간 지역별 예보관측을 보고해야 하는데 바쁠 때는 이들 전화 때문에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가끔 바쁘다고 전화를 끊으면 이들은 다시 전화해 실컷 퍼붓고,이들과 통화하고 나면 남아있는 힘마저 쭉 빠져버린다.
어떤 별난 이들은 "오늘 저녁 열대야라고 예보했는데 실제 온도가 24.9℃였다"며 "왜 0.1도 차의 오보를 내느냐"며 호통을 치기도 한다. 기상대 직원들은 그래도 맞대응할 수 없다. "네, 조금 틀렸네요. 다음엔 더 정확히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명한다.
하지만 보람도 있다. 지난 대구 U대회 때는 개막식을 하는 오후 7시부터 9시까지는 적어도 월드컵경기장 내에는 비가 안 올 것이라는 것을 정확히 예측해 참석한 관중들이 비를 맞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장과 400~500m 떨어진 곳에는 비가 왔다. 비록 많은 이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이것이 기상대 직원들의 보람이다.
한성민 행정홍보담당자는 "여름에 무더운 탓인지 대구시민들이 조금 까다로운 면이 있다"며 "이제 조금 따뜻한 시선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기상대 이전 문제, '이랬으면'
기상대 이전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현 신암동 부지와 비슷한 환경의 이전 장소를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 해가 일찍 뜨거나 늦게 떠도 안 되고 온도가 들쭉날쭉해도 안 된다. 특히 앞산, 팔공산 등 산악지역으로는 기후변화가 심해 갈려야 갈 수가 없다.
해 뜨는 시간이 달라질지, 온도차가 심할지는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날씨 변화를 관찰해야 하는데 이 점이 기상대 이전지 조건으로 중요하다.
대구기상대는 3월 초 이전 대안후보지로 ▷동촌유원지 ▷신천 강변운동장 인근 ▷동구 혁신도시지구 등 3곳을 꼽아 대구시에 제출했다. 이곳에 대해서는 전문가로 이뤄진 위원회를 구성해 대구 기후의 연속성이 보장되는지 유무를 검토하고 실제 날씨도 측정할 계획이다.
이동한 대구기상대장은 "기상대가 어디로든 이전은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날씨예보라는 본질에 충실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며 "기상대의 성공적인 이전과 함께 기상대가 기상청으로 승격된다면 대구로서는 날씨와 관련해 보다 업그레이드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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