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를 보자] '숀 코너리의 신문'

EBS 4일 오후 11시10분 방송

영국 베테랑 경찰관 존슨 경사. 그는 오랜 세월 경찰 업무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정신세계 속에 폭력성과 잔인함이 스며든다. 스스로 자신이 다루는 범죄자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 역시 범죄자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단지 경찰이라는 신분 때문에 폭력성이 내부에 숨겨져 있을 뿐이다. 그러던 중 존슨 경사는 아동 성추행 사건을 맡게 되고, 동료 경찰관에 의해 박스터란 이름의 용의자가 검거된다. 박스터를 취조하는 도중 존슨이 자제력을 잃고 흥분하자 박스터는 존슨의 내부에 감춰진 폭력성을 즉각 알아채게 된다. 결국 취조 도중 존슨은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하고 박스터를 폭행하며, 병원으로 옮겨진 박스터는 결국 숨지고 만다.

사건 이후 존슨의 부인 모린과 냉정하고 유능한 수사관 카트라이트는 존슨의 공격성 뒤에 감춰져 있는 그 원인을 찾아내려 애를 쓰는데. 그는 아동 연쇄 폭행 사건의 용의자를 취조하면서 자신에게 내재된 범죄 욕망을 깨달으며 괴로워한다. 과거의 사건들을 회상하면서 당시 희생자들이 겪었을 고통이 이미지로 떠오르자 괴로움이 극에 달한 것. 그리고 그것이 자신 안에 숨겨진 폭력성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존슨 자신도 그동안 폭력을 증오한 것이 아니라 폭력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을. 용의자에게 폭력을 휘둘러 죽음에 몰아넣고, 결국은 범죄자가 되어 법의 집행자와 범죄자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놓는다.

항상 사회 문제나 인간의 깊은 내면을 예리하게 해부하는 수작들을 발표해온 시드니 루멧 감독이 완성한 형사물의 걸작이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경찰 영화로서는 드물게 범인을 잡는 과정을 추적한 영화가 아니라, 수사관인 존슨 경사에 초점을 맞춰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의 형사의 심리 상태를 잘 묘사한 작품이다. 시드니 루멧 감독의 주특기는 범죄자와 형사 사이의 팽팽한 긴장과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 법정영화나 형사물이다.

'숀 코너리의 신문'(EBS 4일 오후 11시10분)은 1972년 선보인 형사물의 수작으로 강력 사건에 파묻혀 살아가는 만년 형사의 직업병을 추적하는 경찰 심리 영화다. 원제는 'The Offence'. 1972년 영국 작품이며, 시간은 113분.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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