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노 전 대통령 청와대시절 어떤 뒷돈 오갔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제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 돈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그리고 사과한다고 했다. 그간 형 건평 씨를 비롯해 주변 인사들이 줄줄이 사법처리 당하는데도 입을 닫고 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집사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검찰에 잡혀 들어가자 위기감을 느낀 게 아닌가 싶다. 정 전 비서관이 자백할 경우 당할 낭패를 생각해 선수를 쳤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도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가 언제 어떤 명목으로 얼마를 받았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했다. 갚지 못한 빚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에서 진술하겠다"는 게 전부다. 이런 수준의 고백을 하면서 사과한다는 말을 세 번씩 해봤자 실망하고 분노하는 국민에게 다가가기는 틀린 일이다. 지금 국민 정서로는 육하원칙에 맞춰 구체적 사실을 전부 털어놓고 빌어도 시원찮을 마당이다.

검찰 쪽에서 나오는 얘기로는 권 여사가 2005~2006년 정 전 비서관을 시켜 3억 원과 7억 원 모두 10억 원을 박 회장으로부터 받았다는 것이다. 핵심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이 최근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이런 거액의 금전 거래 같으면 보통의 부부 사이에서는 마땅히 의논을 했을 내용이다. 재산등록 때 10억 원 규모로 부채 신고를 한 바도 없고, 재임 기간 등록 재산이 5억 원이 는 점에서 빚을 갚았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권 여사가 돈을 받은 이 시기는 건평 씨가 박 회장의 농협 자회사 휴켐스 헐값 인수에 한창 앞장서던 무렵이다. 청와대 안에서는 권 여사가 박 회장 돈에 관심을 갖고 청와대 밖에서는 건평 씨가 박 회장 이권을 위해 뛰며 뒷돈을 챙겼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노 전 대통령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그의 재임 기간 어떤 뒷돈이 오갔는지 점점 더 궁금하게 만드는 상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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