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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조 들여다보기] 공명을 즐겨 마라 / 김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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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을 즐겨 마라

김삼현

공명(功名)을 즐겨마라 영욕(榮辱)이 반(半)이로다

부귀(富貴)를 탐(貪)치 마라 위기(危機)를 밟느니라

우리는 일신(一身)이 한가(閑暇)하니 두려운 일 없어라.

오늘은 법의 날이다. 법(法)이란 한자를 파자하면 물 수(水)에, 갈 거(去)가 된다. 그래서 법은 물 흐르듯 순리를 따르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최근 불거진 노무현 정권의 수뢰 사건은 법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일이고, 공명과 부귀를 탐한 것이 원인이다.

초장과 중장이 진서(晋書)의 '빈천상사부귀(貧賤常思富貴) 부귀필천위기(富貴必踐危機)' 즉 '가난하고 천하면 항상 부귀를 바라며, 부귀하면 반드시 위태로운 고비를 겪게 되는 것이다'란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세상이 변하고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음을 절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시조는 조선 성종 때 벼슬이 절충장군(折衝將軍)에 이른 김삼현(金三賢)의 작품이다. 그는 칠원현감(漆原縣監)을 지낸 주의식(朱義植)의 사위였는데, 관직에서 물러난 뒤 장인과 함께 산수를 벗 삼아 시를 지으며 살았다고 한다. 장인인 주의식은 가객으로 이름이 높았고 18수의 시조가 전한다. 성품이 공손하고 의젓해 군자의 풍도가 있었고, 매화를 잘 그렸다고 한다. 사위인 김삼현도 이 작품 외에 5수의 시조가 더 전한다.

주의식이 남긴'말하면 잡류라하고 말 아니면 어리다 하니/ 빈한을 남이 웃고 부귀를 새오는데 /아마도 이 하늘 아래 사를 일이 어려워라'는 작품에서도 그 삶을 짐작할 수 있다.

장인과 사위가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며 남긴 작품들이 수백 년 세월을 지난 지금, 관직에서 물러난 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잘 가르쳐주고 있다. 이 시조의 종장은 벼슬을 하지 않고 한가하게 사는 사람들 모두를 지칭하는 것이겠지만, 장인과 사위가 한 길을 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지칭하는 것으로 읽고 싶기도 하다

어찌 이 작품을 그 옛날의 것으로만 치부할 수 있겠는가. 공명부귀를 즐기고 탐할 줄은 알았지만, 그에 따르는 위기는 생각지 않고 산 사람들, 그들이 무시한 법의 심판을 이제 받게 되었으니… '부귀를 탐치 마라 위기를 밟느니라'. 문무학(시조시인·경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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