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너무 익숙해져 그 소중함을 잊기 쉽고 가족은 너무 편해 서로를 쉽게 생각한다. 5월을 굳이 '가정의 달'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듯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지냈던 가족을 다시 한 번 챙겨보고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자는 의미일 것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나 자신보다는 가정이 먼저'라는 씩씩한 엄마들과 '가정보다 소중한 것은 오로지 나'라는 그녀들을 만났다. 과연 그들은 행복할까. 속내를 들어봤다.
1) 다둥이 엄마
그녀들은 밝고 건강했다. 무엇보다 낙천적이었다. '이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 잘 크고 있다'고 대답했다. ' 아이를 키우느라 젊음이 다 가버리는 것이 억울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그래도 좋다'고 했다. 아이 둘 낳기도 버거워하는 요즈음, 겁없는 그녀들을 만났다.
▶6남매 엄마 이미숙씨.
안동시 안흥동의 33세 주부 이미숙씨는 그을린듯한 얼굴에 매우 건강해 보였고 아주 밝았다. 다소 몸집이 통통한 것이 불만인듯 이제는 막내도 컸으니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했다. 아이는 6명. 막내 민석이가 난 지 9개월이 됐다. "정말 민석이를 끝으로 그만 낳을 것이냐"는 질문에 "글쎄요"라며 말 끝을 흐렸다.
다짜고짜로 왜 이렇게 많이 낳았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결혼하기 전부터 아이가 좋았다"고 했다. 울던 아이도 이씨의 손에만 오면 울음을 뚝 그쳐 결혼하면 아이 셋쯤은 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단다. 이씨의 남편 이태동씨는 일곱살 연상이다. 그는 형제만 달랑 있는것이 외로워서 자식은 적어도 세명은 되어야 할것 같다고 생각했단다.
그들이 사는 방은 달랑 두 개다. 아이 여섯에 엄마 아빠, 8식구가 어떻게 여기서 잘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방은 작았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그녀는 웃는다. '웃을 일이 아닌것 같다'라는 말에도 웃을 뿐이다. 제일 큰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인 이아림,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은림) 7살(미림) 5살(현림) 4살(솔림) 막내 민석이다. 딸 다섯에 아들 하나다. 막내가 아들이다. 그러면 그렇지."아들 낳으려다 여섯명이 된 거군요"라고 하자 이씨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했다. 아이들이 좋아서 하나 둘 이렇게 낳다 보니 여섯명이 되었단다.
이미숙씨는 동네서 유명하다. 30대 초반에 아이 여섯명의 엄마가 되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유모차에 아이 둘을 태우고 양 옆으로 아이를 세우고 나가면 모두들 쳐다본단다. 웃으며 '어떻게 키우려고 하느냐'며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낼 때면 그녀는 "스스로 알아서 잘 커요"라고 답한단다.
과연 스스로 잘 클까. 취재중에 막내 민석이가 문턱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다칠까 걱정이 돼 아이를 잡아야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냥 놔두면 된단다. 그래서 지켜보기로 했다. 과연 민석이는 뒤로 발을 살며시 내밀며 문턱을 내려갔다. 놀랍다고 하자 두어번 넘어지더니만 다시는 그러지 않더라고 했다. 이게 바로 6남매를 키운 노하우란다. 스스로 알아서 조심하고, 스스로 알아서 찾아먹고,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고, 스스로 알아서 동생 챙기고…. 그녀는 "요즈음 엄마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것 같다"고 했다. 아이를 지나치게 걱정하고 보호하는 것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단다. 육남매를 키우면서 그녀가 체득한 육아법이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녀의 얼굴에 잠깐 어두움이 스친다. 그녀는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고 싶어해도 해 줄 수 없어 안타깝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데 그것을 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큰 딸 아림이가 동생 돌보느라 너무 일찍 철이 든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옷은 이웃들이 도와줘서 해결하지만 부식비도 만만치 않다. 쌀 20kg이 보름이면 동이 나고 달걀 한판은 3일이 지나면 없어진다고 한다. 그래도 아이들이 캐첩 하나로도 밥 비벼 먹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주는 것이 가장 고맙다고 했다.
아이들이 많아 부끄럽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욕탕에 갈 때나 길을 나설 때 잠시 부끄러운 생각이 들지만 아이들이 주는 즐거움에 비하면 부끄러움은 정말 작은 것 "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물었다. "혹시 사달라는 것을 안 사주어도 땡깡부리지 않는 아이들 보셨습니까. 서로 양보하고 아플때 머리에 물수건 얹어주는 자매들 보셨습니까. 혹시 엄마가 아프면 돼지새끼 마냥 주위에 모여 작은 손으로 여기저기 만져주는 아이 보셨습니까. 그런 아이들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라고 자랑이다.
▶한 달 전 딸 낳은 7남매 엄마 이의라씨.
영주시 문수면에 사는 39세의 이의라씨. 그녀를 찾아간 날, 그는 세상에 나온 지 한 달 밖에 안 된 예쁜 딸을 안고 있었다. 이씨는 7남매의 엄마다. 아들 둘에 딸 다섯이다. 큰 아들(동억)은 중학교 2학년, 그아래 나영(중1) 유진(초교 4년) 현미(초교 1년) 동국(7) 현정(4) 그리고 한 달된 막내 의정이가 있다. 집에 들어서니 아버지 김원영(45)씨가 만들어 놓은 나무로 된 조형물이 반긴다. 집이야 보잘것없지만 주변에 있는 산과 논과 밭이 아이들 키우기에 딱이다. 이씨는 "아이들이 너무 떠들어 정신이 없다"고 했다. 아빠가 돌아오면 밥상머리에 6남매가 둘러앉아 고자질하고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느라 시끄럽다면서도 모두들 구김살 없이 자라나는 것이 제일 보기 좋단다.
아이 키우기는 의외로 수월하다고 한다. 셋째 유진이가 여섯째 현정이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첫째가 다섯째 여섯째를 돌보는 식이다. 이제 4살 된 현정이는 동생 의정이를 괴롭히는 법이 없다. 동생이 태어나면 사랑을 독차지하는 동생을 해코지하지만 현정이는 그런게 없단다. 여러 형제들이 부대끼면서 서로를 아끼는것을 배우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이씨는 이 동네에 있는 문수초등학교의 최고 VIP 학부모다. 학생 수가 줄면서 분교가 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섰을 때 이씨의 아이들이 분교의 위기를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학교 교장선생님은 그녀를 특별대우한다. "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이런 대접받는 학부모 있으면 나와봐라"며 그녀는 활짝 웃는다.
김순재 객원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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