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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교 師弟 4대 "우리는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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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째 한 학교에서 스승의 길을 가고 있는 정화중 이선희·도영지 교사, 이철호 교장과 김흔숙 교사(사진 왼쪽부터)가 교정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 4대째 한 학교에서 스승의 길을 가고 있는 정화중 이선희·도영지 교사, 이철호 교장과 김흔숙 교사(사진 왼쪽부터)가 교정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4대에 걸쳐 스승과 제자가 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 화제다. 36년 동안 대구 정화중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이철호(63)교장. 이 교장은 이 학교 국어교사인 김흔숙(53)교사의 은사다. 김 교사는 이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이선희(45)교사의 스승이다. 이 교사의 제자 역시 이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도영지(35)교사다.

이들은 스승의 날을 앞둔 12일 교정에 모였다. 5월 햇살이 따뜻한 오후 교정을 거닐며 나누는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세월을 거슬러 스승과 제자였던 그때 그시절의 추억으로 가득했다.

이 교장이 73년 이 학교에 국어교사로 처음 부임해 가르쳤던 첫 제자가 김 교사였다. 김 교사는 80년 부임해 이 교사를 가르쳤고, 88년 부임한 이 교사는 도 교사를 가르쳤다.

이런 인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정은 가족처럼 애뜻하다. 이 교장은 "내가 가르친 제자와 또 다른 제자들과 함께 근무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인연이냐"며 "옛 제자가 가끔 찾아와 어리광을 부릴 때면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초임교사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김 교사는 "가끔은 호칭이 헷갈리는 경우가 있어 애를 먹는다"며 "사석에서는 '선희'야 하고 부르지만 학교에서는 깍듯이 '이 선생'이라고 존칭을 쓴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선생님이 언니처럼 포근하게 대해주신다"며 "모범적인 4대 사제지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스승이었던 김 교사의 첫째 딸을 직접 가르치기도 해 친자매 이상의 애뜻한 정을 느끼고 있단다.

도 교사는 "스승의 스승 역시 제게 스승과 같은 존재"라며 "학창시절에는 선생님에게 미술을 배웠지만 요즘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비법을 전수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들은 "교장 선생님이 올해 정년을 맞기 때문에 5대째 근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들은 사제지간이지만 한 학교에서 동료교사로 일하다 보니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된단다. 제자들은 스승을 통해 교사의 길에 대해 많이 보고 듣고 배울 수 있고, 스승 역시 제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않는다.

김 교사는 "(교장)선생님은 이 학교 부임 후 저를 바로 세우는 버팀목이 되어 주셨다. 선생님과 한 학교에 근무하면서 어리광을 부리기도 하지만 선생님께 누가 될까 봐 행동거지와 마음가짐을 똑바로 하려고 늘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사는 "그동안 받아왔던 선생님의 사랑을 내 제자들에게도 베풀고 싶다"고 다짐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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